반려동물을 내 가족처럼 키우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제는 어디에서나 반려가구를 쉽게 만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25년을 기준으로 할 때 29.2%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답했다. 인구 10명당 3명꼴이다. 키우는 동물은 개(80.5%)가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14.4%)가 뒤를 이었다. 어류를 기른다는 답변은 4.1%에 이르렀다.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만큼 여기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약 12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사료·간식비는 4만 원, 병원비는 3만7000원, 미용·위생관리비는 2만1000원 등이다. 개 양육비는 13만5000원으로 고양이(9만2000원)보다 더 들었다. 여기에다 동물이 심하게 아프기라도 하면 진료·치료비 등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위해 적잖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모두 ‘선한 기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언론매체에서는 동물 학대 사례가 잊을 만하면 보도된다. 최근 전남 여수에서는 목에 플라스틱 케이블타이가 묶인 길고양이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몇몇 고양이는 이 물체가 살을 파고드는 바람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지난 6월에는 70대 남성 2명이 충북 청주의 주택에서 나무에 개를 매달아 놓은 뒤 가스 토치를 사용해 몸통을 지졌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차량에 개를 매달고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위도 자주 목격된다.
동물 학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 경찰에 접수된 관련 신고만 6545건이었다. 근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4601명 가운데 2076명만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율이 45.1%이니 절반가량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끝난 셈이다. 게다가 같은 기간 법원의 1심 처벌 수위도 낮다. 피고인석에 출석했던 416명 중 벌금형은 286명으로 68.8%를 차지했다. 실형은 29명으로 1심 처벌 인원의 7.0%에 그쳤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대응 수단이다. 지난 27일 공포됐으며 시행 시기는 1년 뒤인 2027년 10월 28일이다. 먼저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등 심각한 학대 행위를 한 사람은 앞으로 최대 5년간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울 수 없게 했다. 또 반려동물에 대해 적절한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이와 함께 벌금 이상의 실형 집행이 종료·면제된 날부터 5년, 집행유예라면 해당 기간에는 지자체로부터 동물을 기증·분양받을 수 없게 한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때의 제재 수위도 이전보다 높아진다. 이에 따라 2m 미만의 목줄 사용, 혹서·혹한을 피할 수 있는 휴식 공간 미제공 등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펫호텔 등 동물위탁관리업소나 동물병원에 맡긴 동물을 찾아가지 않는 행위 역시 동물 유기에 해당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유기·유실 동물, 피학대 동물뿐 아니라 재난이나 소유자의 사망·행방불명으로 방치된 동물도 지자체가 보호할 수 있게 한다. 영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기증하거나 인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개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 다시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길을 막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동물 보호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대만큼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사육 금지 대상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동물을 기르려고 하면 이를 확인한 뒤 감독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우리 사회에는 개나 고양이 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법 개정 등이 관심 이외의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잔인한 학대를 당한다면 이때는 누구나 분노할 것이 분명할 터다.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국민 의식 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동물 학대자에게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각계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우려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하위 법령 마련, 적극적인 홍보, 관계 기관 협력 등을 통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모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선 준비 기간 1년은 결코 길지 않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게 된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