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트라포드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낚시를 하거나 바다를 보며 산책하려고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틈 사이로 떨어지는 사고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한번 빠지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워 ‘바다의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다.
필자에게 테트라포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 방파제와 해양구조물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길에 들어선 계기가 바로 테트라포드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필자는 건설회사에 다녔다. 낚시를 좋아해서 주말이면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자주 나갔다. 그런데 바닷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온통 테트라포드로 덮여 있었고, 고기를 잡으려면 그 위에 올라가야 했다. 내가 테트라포드에 오르면 아이들은 기를 쓰고 따라오려 했다. 너무 위험하니 결국 낚시를 접고 돌아서는 날이 많았다. 그때 처음 ‘방파제는 꼭 테트라포드로만 만들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당시 필자는 고리원자력발전소 방파제 공사 현장에 있었다. 테트라포드를 직접 찍어내 설치하는 일을 했기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몸으로 느꼈다. 테트라포드는 프랑스에서 개발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술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파제 공법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오르고 태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해안 피해는 커지고 있다. 부산 송도에 가보면 파도가 도로를 넘지 못하도록 테트라포드를 8m 가까이 쌓아 올려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풍경은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AI가 일상이 되고 인공위성이 하늘을 누비는 시대에, 바닷가에서는 여전히 반세기를 훌쩍 넘긴 기술을 쌓아 올리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필자가 테트라포드를 대체할 공법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유럽 기업들은 테트라포드를 개량한 아크로포드, 엑스블록 같은 블록을 앞세워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 항만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랜 역사와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 짜놓은 판을 흔들지 않으면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인 방파제는 바다에 돌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테트라포드를 얹어 무게로 파도를 버티는 방식이다. 필자가 개발한 ‘천공타이셀’ 공법은 해저 지반에 구멍을 뚫어 방파제 구조물을 땅과 단단히 결속하는 기술이다. 구조물이 지반과 한 몸이 되어 파도에 맞서기 때문에, 테트라포드를 높이 쌓지 않고도 높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결속구조물이라는 특성상 파력의 평활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해설’에 따르면 구조물을 일체화해 장대화하면 개별 구조물에 작용하는 파력이 인접 구조물로 전달되어 파력의 공간적 평균이 줄어든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모형실험에서도 케이슨 14개를 연결해 이 효과를 확인했다. 파력저감 효과가 우수하면서 경제성까지 갖춘 셈이다. 이 기술은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대형 항만 공사에 적용을 앞두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 오랫동안 장악해 온 시장에서 우리 기술도 충분히 경쟁해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기술이 세계 항만에서 검증받는다면 그 의미는 한 기업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방파제는 단순히 파도를 막는 구조물이 아니다. 높이 쌓은 테트라포드 대신 구조물 자체의 안정성으로 파도를 막을 수 있다면 추락 사고의 위험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후위기에 맞서며, 세계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부산의 기업이 개발한 해양기술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 기술력과 수익, 일자리는 다시 지역으로 돌아온다. 이런 선순환이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 국내 해안에서는 방파제의 위험을 줄이고 세계 시장에서는 특허 기반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키워낼 때, 부산은 비로소 이름뿐이 아닌 진정한 해양수도로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