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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하늘.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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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부산의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2026 부산바다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연간 마라톤 전국대회 일정을 보면 흥미롭게도 10월이 최대 성수기다. 많은 대회가 이 시기에 열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을이 되면 하늘이 마라톤을 허락하는 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페이스메이커가 앞장서서 속도를 정해주면, 뒤따르는 러너는 그 속도에 몸을 맞추며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다. 가을 하늘은 마치 페이스메이커와도 같다. 언제 맑고, 언제 기온이 오르내리고, 언제 바람이 잦아들 것인지를 하늘이 정하고, 사람들은 그 뒤를 따라갈 뿐이다.
그렇다면 가을 하늘은 왜 유독 맑은 것일까. 여름 내내 한반도를 짓누르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면, 그 빈자리를 대륙에서 건너온 이동성고기압이 채운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이 손님은 공기를 꾹꾹 눌러 내려 구름을 걷고 습기를 빼내, 지나는 자리마다 맑은 하늘을 남긴다. 다만 하루이틀 머물다 홀연히 떠나고, 그 뒤로 또 다른 고기압이나 기압골이 들어선다. 따라서 마라톤을 앞두고 있다면, 일주일 전 예보에 마음을 놓기보다 대회 전까지 수시로 예보를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하늘의 손님은 생각보다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을은 낮과 밤의 기온 차이인 일교차가 크다. 최근 10년(2016~2025년)동안 일교차가 10℃ 이상 발생한 날은 전국 평균 10월은 16.8일, 11월은 18.6일이고, 부산은 10월이 4.2일, 11월이 7.9일이며, 바람 없이 맑은 날에는 그 간극이 더 벌어진다. 이는 낮 동안 데워진 땅의 열기가 밤이 되면 그대로 하늘로 빠져나가기 때문으로,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이 들었을 때 새벽녘에 추위를 느끼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기에 새벽에 시작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경우, 아침에 춥다고 두껍게 껴입었다가는 한낮에 땀범벅이 되기 십상이므로 온도 변화가 극심할 것을 고려해 겹쳐 입고 벗기 편한 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계절의 리듬 뒤에는 ‘지구 온난화’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온난화로 전국이 더워지고 있는 것인데,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된 1973년 이후부터 2025년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10월과 11월의 전국 평균기온이 10년당 각각 약 0.3도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100년이 넘는 긴 기간 관측을 이어 온 부산기상관측소의 자료에 따르면, 1905∼1914년에 비해 2016∼2025년의 10월과 11월 평균기온이 각각 2도 이상 올랐다. 최저기온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과거에 비해 일교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가을과 지금의 가을은 같지 않다. 선선하고 건조한 계절이라는 익숙함 뒤에서 기후는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한낮의 더위를 키우는 것을 넘어 밤 기온과 계절의 모습까지 서서히 바꾸고 있다.
가을날 부산을 달리는 러너들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기온 외에 해륙풍과 자외선, 미세먼지도 있다. 낮에는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데워져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반대 방향의 바람이 분다. 해운대와 광안리처럼 해안을 달리는 코스에서는 이러한 바람의 변화가 달리는 사람의 체감온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가을철 자외선지수는 한여름보다 낮긴 하지만 맑은 날에는 지수가 높을 수 있으므로 장시간 달린다면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것이 좋고, 바람이 약하고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날에는 공기 중에 오염물질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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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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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이와 같은 날씨의 변화를 살펴 국민의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최고·최저기온과 일교차, 강수는 물론이고, 자외선과 대기질 등 생활과 밀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월 22일부터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기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날씨지도 서비스’도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전 세계의 큰 날씨 흐름부터 내 주변의 세밀한 날씨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끊김 없이 확인할 수 있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러너들이 날씨정보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리는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속도만이 아니라 앞선 사람의 리듬을 읽는 일이다. 계절을 날 때도 마찬가지다. 가을 하늘의 리듬을 알고 그 리듬에 발걸음을 맞춘다면, 이 좋은 계절을 더 안전하고 즐겁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