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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 너머에 설계수명 종료로 가동이 멈춰 있는 고리 원전 4호기가 보인다. 국제신문 DB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원안위는 지난 27일 회의에서 고리 3, 4호기 계속운전을 위원(정원 9명 중 7명 참여) 5명의 찬성과 반대 2명으로 의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운전을 신청한지 4년만이다. 이로써 고리 3, 4호기 운전기간은 설계수명 만료일로부터 10년 늘어나 각각 2034년 9월, 2035년 8월로 연장됐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이 허가된 건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2025년 고리 2호기에 이어 네 번째이고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째다.
고리 3, 4호기 계속운전 허가는 고리 2호기 때와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 승인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네 차례 원안위 회의가 열렸다. 지난 13일 세 번째 회의에서 사고관리계획서는 승인됐으나 계속운전 여부는 미뤄진 끝에 이번에 결론이 났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섞은 ‘믹스 전략’이어서 계속운전 허가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산업을 떠받치는데 전력 수요가 엄청난 건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동남권 호남권 충청권에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 개시를 선언했다. 이를 위한 최우선 인프라가 전력이다. 비교적 신속하게 전기 생산량을 늘릴 방법이 기존 원전 활용의 극대화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력 확보 드라이브와 별개로 원전 소재지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계속운전 허가가 난 고리 2호기는 1983년에 만들어져 올해로 43년째다. 고리 3호기(1985년)는 41년, 고리 4호기(1986년)는 40년째다. 40년이 넘은 시설을 10년 더 무사히 쓸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2016~2025년)간 고리 원전에서는 총 32일 가동이 멈춰 380억 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 원전 집결지가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복합사고 위험성’과 ‘기후변화 리스크’가 계속운전 논의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탈핵 단체나 전문가의 문제제기도 걸린다.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6기 중 7기가 동남권에 있다. 전력 수요에 부응하려면 어느 정도 원전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설이다. 새로운 부지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은 기존 지역에 추가하거나 사용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산 기장군에 지금까지 한번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들어설 예정이다. 원전 지역에 더 파격적인 지원과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다. 현재 설계된 찔끔 수준의 전기차등요금제로는 턱도 없다. 안전에 대해서도 일말의 의구심이 남지 않아야 한다. 원전 사용 연장으로 계속 배출될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전기가 급하다는 이유로 대책도 지원도 없이 원전 도시 주민에게 좀 더 참으라고만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