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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전세사기 대책 ‘안심신탁’, 전세금 보호로 불안 해소

임대인 안정적 수익 보장, 임차인 주거비 부담 완화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  |   입력 : 2026-10-27 18:47:5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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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는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어렵게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살던 집마저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도 있다. 부산 피해도 컸다. 지난 9월 말 기준 부산의 누적 전세사기 피해자는 약 4000명으로, 전국 피해자 10명 중 1명꼴이다. 그만큼 전세사기가 지역사회에 남긴 상처도 깊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부산 역시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월세는 매달 고정적인 주거비 지출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된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이나 신혼부부는 목돈을 모으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가계의 저축뿐만 아니라 지역 내 소비 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소득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많은 만큼,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전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주거비 부담을 낮출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연계해 전세 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안심전세앱을 고도화하는 한편, 전세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사전심사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사전심사는 계약금을 납부한 단계에서 보증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절차다. 계약 이후 보증 가입이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세금 미반환 위험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 전월세 안심신탁(안심신탁)이다. 안심신탁은 임차인의 전세금을 HUG가 직접 관리하고, 계약이 끝나면 안전하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기존 전세계약과 달리 보증금이 임대인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HUG에 예치되는 것이 핵심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을 막아 전세금 미반환 위험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갭투자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 걱정없이 전세를 선택할 수 있고 주거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나아가 전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제도가 정착하려면 임대인의 참여가 중요하다. 수도권에 비해 부산은 전월세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적지 않다. 월세 수입이 안심신탁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많다고 판단되면, 제도 참여를 망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임대인에게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느냐 못지않게 그 수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안심신탁에 참여하면 매월 약정된 수익을 안정적으로 지급받아 월세 연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임차인이 나간 뒤 공실이 생겨도 최대 2개월간 수익을 보장한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주택도 전세금을 공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계약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HUG는 기본 연 4%대 수익에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더해 임대인이 체감하는 수익률이 연 5%대에 근접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을 비롯한 지방 주택시장은 미분양 누적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있는 주택사업조차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 건설사뿐만 아니라 자재·설비업체와 현장 근로자까지 영향을 받는다. 지역 주택시장의 침체가 건설업계를 넘어 지역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심신탁은 지역 건설업계에 새로운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HUG가 안심신탁을 통해 예치받은 전세금과 민간 투자금을 재원으로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HUG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세금이 추가 주택 매입을 위한 갭투자 자금이 아니라, 실제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생산적 금융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자금이 지역의 우량 주택사업에 활용된다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일자리 창출과 연관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안심신탁은 임차인의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서 나아가 지역 건설업계에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주거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선순환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UG는 조만간 전월세 안심신탁 모집공고를 낼 계획이다. 제도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심신탁이 부산 시민의 주거안정을 뒷받침하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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