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는 북항을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추석 연휴 직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사람들과 숨바꼭질 하면서 북항을 맴돈다. 그러는 사이 부캉이는 향토기업의 소주 모델이 되고 부산시 명예홍보대사도 됐다. 부캉이를 보려고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사람은 160만 명이 넘는다. 4년 전 친수공원 개방 이후 전체 방문객을 합한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부캉이에 환호하느라 잠시 잊은 게 있다. 사실 부캉이에겐 많이 부끄러운 일들이다. 북항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 항만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150년 역사의 항만시설 자리를 첨단비즈니스와 해양관광지구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2006년 첫 삽을 뜰 당시만 해도 2020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수차례 변경을 거쳐 연기됐고 2027년도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 내용이나 주변 여건 변화 영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애초 계획이 틀어지거나 지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석연찮은 일 투성이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오페라하우스 옆에 잡초만 무성한 땅이 있다. 랜드마크 부지다. 북항 친수공원을 대표하는 핵심 건축물이 들어서야 하는 자리다. 거대한 빌딩 꼭대기에 배를 걸쳐 놓은 것 같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떠올리면 쉽다. 하지만 이곳에 무엇을 지을지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그러는 사이 1000세대 오피스텔 건축 계획이 슬그머니 끼어들기도 했다. 부산시가 다국적 투자자를 물색해 복합문화콤플렉스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유야무야됐다. 돔구장이나 아레나는 시장이 바뀌면서 급부상한 카드일 뿐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활용 방안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수억 원짜리 용역만 반복 중이다.
랜드마크 부지 뒤편 상업업무지구에는 60층 안팎의 초고층 건물들이 솟아있다. 제대로 된 상업업무지구라면 고급 호텔이나 사무빌딩이 올라가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구 내 세 개 구역 전부 일종의 주거시설인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 주체인 해양수산부와 BPA, 허가 주체인 부산시가 난개발 책임을 떠넘기며 방관한 탓이다. 어느 한쪽의 문제이거나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입찰과 사업자 선정 단계부터 비리가 적발돼 BPA 전현직 간부, 민간업자, 브로커 등 20여 명이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복합환승센터 문제는 상업업무지구의 복사판이다. 환승센터가 이름값을 하려면 환승기능이 제일 두드러져야 한다. 최초 계획에는 환승 관련 시설이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환승 비중은 1% 이하로 떨어지고 현재는 60% 이상이 오피스텔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산역-환승센터-북항이 수평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던 애초 설계와 달리 사업자가 환승센터를 3m 이상 높게 시공하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법적 분쟁 끝에 공사가 원형으로 돌아가기는 했다. 하지만 BPA가 초기부터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북항 재개발은 해수부의 관리감독 아래 시행자인 BPA가 토지 조성과 매각을 담당하고, 부산시와 동구청이 시설물 건축의 인허가권을 갖는 구조다. 업자들이 호텔이나 환승센터를 짓는다고 땅을 사놓고 여기에 아파트나 다름없는 레지던스나 오피스텔을 넣는데도 누구 하나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해수부는 “우리 일이 아니다”고 하고, BPA는 “인허가 단계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고, 부산시나 동구는 “BPA가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생숙 비리에서 살짝 드러난 흑막 말고 더 큰 복마전이 숨겨져 있지 않고서는 업자들이 이렇게 간 큰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는 실제 현장에서 보면 별 것 없다. 오페라하우스의 위용은 뚜렷하지만 깨끗한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이 거의 전부다. 그에 비하면 부산 북항은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집약된 원도심을 배경으로 잠재자원과 콘텐츠가 훨씬 풍부하다. 부산역에서 나와 다리만 건너면 도달하는 친수공원은 접근성과 개방감이 거의 만점에 가깝다. 이 천부적인 입지조건과 천혜 환경이 누군가들에 의해 착취되고 있다.
북항은 손님처럼 찾아온 상어를 환대하려 만든 시설이 아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이라고 대통령도 시장도 핏대를 세우던 때가 엊그제다. 이 상태라면 1단계 만큼의 속도도 안 나는 2단계와 3단계 재개발은 더할 게 뻔하다. 북항에 대해 부캉이 만큼의 애정도 없이 욕심만 추구하는 인간들이 북항의 미래를 오염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