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   입력 : 2026-10-25 18:35:0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은 이를 ‘미수용 방지법’이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는데, 응급 환자를 이송할 때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한 부분이 강조되었다. 현장에서 이송 중이던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거나,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사례들이 발생하자, 여러 국회의원이 경쟁하듯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회의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반발했고, 대한응급의학회에서는 이사장이 이 법안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응급실에 무조건 데려다 놓기만 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일 뿐, 환자를 위한 조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용 능력 확인 의무를 삭제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이 광범위하게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개정안은 2023년 발표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니 이번 개정안을 단순히 ’미수용 방지법’으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중증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료기관을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변경했다. 이름만 변경한 것이 아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 내’에서 이송되는 중증 환자를 수용하는 기능을 명시하고 있었는데, 명칭에서 ‘권역’이 빠진 만큼 그 기능에서도 ‘권역’을 삭제했다. 장거리에서 이송되는 환자도 수용한다는 것이다. 지금 응급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대동맥박리, 안과응급, 산모·신생아 관련 응급 환자들도 20년 전에는 장거리 이송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전에는 응급 환자를 권역 내에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이번 개정은 그것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증도 분류 결과에 따라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등증,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응급의료법에서 말하는 중증도 분류는 ‘한국응급환자중증도분류기준(KTAS)’에 따르는데, 이것은 캐나다에서 개발한 ‘Canadian Triage and Acuity Scale (CTAS)’를 한국화한 것이다. CTAS는 원래 응급 환자의 치료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다. 빠른 평가와 조치가 필요한 환자에 높은 순위를 부여하는데,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가려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저혈당으로 의식이 저하된 환자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고,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옳다.

그런데 포도당 투여만으로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상급병원에서 진료해야 할 필요는 낮은 것이다. 진료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도구를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정하고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오남용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CTAS를 받아들여 JTAS로 현지화 했지만, 올해 만난 일본 응급의학전문의는 JTAS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정 법안은 시·도지사가 지역 내 자원을 고려하여 지역이송체계를 수립하고, 이에 따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굳이 사족을 달았다. KTAS에 따른 이송 병원 선정 방식을 법률 안에 예시로 제시한 것이다. 원래 법률에서는 원칙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개정 법안은 지역에서 체계를 만들라고 하면서도 굳이 상위법 본문에 예시를 기술했다. 지역에서 상황에 맞는 체계를 만들라는 요구가 무색해진다. 이런 것은 다른 법에서 본 적이 없다. 비현실적인 기준에 따라 수용 능력과 맞지 않게 환자를 이송하는 결과를 사실상 강제하는 꼴이다.

개정 응급의료법안은 KTAS에 대한 오해에 기반한 것이다. 응급의료현장에서는 복잡한 임상상황에 대한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하고, 존중해야 한다. 단순한 5단계 분류를 법률로 규정하고 재단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5. 5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6. 6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8. 8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9. 9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10. 10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3. 3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4. 4‘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7. 7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8. 8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9. 9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10. 10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5. 5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6. 6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7. 7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8. 8'세브란스병원 흉기난동' 50대 여성 구속심사
  9. 9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10. 10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