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AI, 반도체 등 관련 분야 전시회 5개가 동시에 개최됐다. 연관성이 큰 전시회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개최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의 존재감은 없었고 뒷짐 지고 있는 것처럼 비쳤다.
지난 14~16일 코엑스에서는 SEDEX 2026(반도체대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 13~16일 KES 2026(한국전자전·산업통상부 주최), 13~14일 피지컬 AI TECH WEEK(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13~14일 2026 지역 AX 브릿지@KOREA 2026(과기정통부 주최)이 개최됐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공동 주최로 ‘스마트 비즈 엑스포(13~16일·중소기업의 제조 혁신과 스마트 팩토리 성과 전시)’도 한국전자전과 연계 개최됐다.
기자는 이 다섯 개 행사를 이틀에 걸쳐 틈틈이 둘러봤다. 하지만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둔 해양드론기술 전시 부스 외에는 지역기업을 찾을 수 없었다. 지역 업체들이나 지자체 전시 부스가 더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겠다는 심정이다. 해양드론기술은 ‘2026 지역 AX 브릿지’에 참가한 20개 업체 가운데 유일한 부울경 기업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다섯 개 전시회는 행사 특성상 수도권 기업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비쳤다. 전자·전기 분야 대신 부울경은 기계, 조선, 자동차, 방위산업 등이 강하니까 수도권과 다른 주력 산업을 육성하면 된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AI의 급부상,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AI의 제조업 접목은 되돌리기 어려운 큰 흐름이다. 이런 흐름에서는 코엑스의 이번 다섯 개 전시회는 지역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행사다. 수도권에서만 이런 행사에 참가하고 그 과실을 누린다면 ‘비수도권 홀대’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대구, 강원, 충청권은 이 행사들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AX 분야의 비수도권 기업 육성 전시회인 ‘2026 지역 AX 브릿지’에는 대구 업체 5곳, 강원 4곳, 전남광주 4곳, 경북 2곳, 충청권 3곳(충남·충북·세종 각 한 곳)이 참가했다.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광역지자체는 경남, 울산, 제주뿐이었다. 이 전시회를 둘러보며 든 생각은 부울경은 AX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 전시를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안 되는지, 아니면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황이 좋은지 참으로 궁금하다는 점이다.
반도체 대전(SEDEX)에서 강원특별자치도는 ‘반도체특별자치도 강원’을 표방하고 대형 전시 부스를 꾸렸다. 담당 공무원들이 행사장에서 방문객을 맞으며 강원도의 반도체 업체와 교육 현황을 소개했다. 강원도에서는 2개의 교육용 팹(공장)을 짓고 인적 자원 개발에 집중한다고 한다. 대구광역시는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경북대학교와 함께 지역에서의 지능형 반도체 개발·실증 현황을 소개했다. 팹리스란 반도체 생산시설 없이 설계에 집중하는 반도체 분야다.
부울경에는 반도체 산업이 없는가. 부산 기장군에 소재한 전력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업체가 아닌가.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산업 현황을 반도체대전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되는가. 조선·기계·자동차·방산이 호황이라 AX, 전자·전기, 반도체 산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메모리 반도체 산업 단지 조성 계획을 보면,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도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운영될 수 있다. 각 지자체들은 메모리 호황에 대비해 메모리 팹 추가 유치를 기대하고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이다.
부울경 지자체와 기업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역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면 지자체가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 지원 예산을 늘리거나 지자체 또는 지역 공공기관이 지역 대학과 힘을 모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도 부울경은 ‘반도체특별자치도’를 표방한 강원도보다는, 팹리스 산업을 키우려는 대구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은가.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