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부산항, 이젠 부산이 운영해야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26-10-07 19:42:2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의 바다에서 수많은 배가 세계로 떠나고, 항만의 성쇠에 따라 도시의 경제와 풍경이 바뀐다. 부산항은 150년 동안 부산의 삶과 함께해 왔다. 그런데 정작 그 항만의 중요한 운명을 결정하는 권한은 부산에 주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 오랜 역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효율성이다. 유사·중복 기능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항만은 조직을 합친다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곳이 아니다. 세계의 항만과 매 순간 경쟁하는 현장이고,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하는 산업의 전장이다. 더구나 4개 항만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화물도 다르고, 배후 경제권도 다르며, 경쟁 상대도 다르다. 이들을 하나의 법인 아래 묶는 것이 정말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부산이 특히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항은 국내 최대 항만이자 세계적인 환적항이다. 항만 경쟁력의 핵심은 결정의 속도와 투자 타이밍이다. 어느 곳에 어떤 시설을 확충할지, 어떤 선사를 붙잡을지, 급변하는 물류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현장의 판단이 중요하다. 부산항이 다른 항만과 하나의 조직으로 묶여 주요 사업과 투자를 조율해야 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게 자명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4개 항만공사를 합칠 것인가보다 먼저, 부산항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논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에는 ‘부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부산시가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다. 부산항이 도시의 경제와 공간,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지만 시가 항만의 주요 의사결정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부산의 미래를 좌우하는 항만을 부산이 더 많이 결정할 수 없는가. 부산은 해양수도를 말한다. 해양수산부 부산시대를 열었고, 북극항로의 관문도시로 도약 중이며, 해운·금융·물류산업을 집적한다는 구상도 본격화한다. 한쪽에서는 해양수도를 외치면서 다른 쪽에서는 부산항의 의사결정 권한을 더욱 중앙으로 모으려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보다 분권에 대한 논의다. 물론 항만은 국가기간시설이다. 국가 안보와 해상교통 등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있다. 다만 항만 개발과 배후지역, 도시와의 연계, 친수공간 조성 등 지역의 삶과 맞닿은 영역까지 중앙정부가 모두 쥐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시가 부산항만공사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시의회가 시민의 눈으로 이를 견제하는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

물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시가 항만 운영에 더 깊이 참여한다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항만공사를 정치적 전리품처럼 다뤄서도 안 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항만정책이 흔들리는 구조라면 중앙정부보다 나을 것이 없다. 분권은 ‘내가 갖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항만의 주인은 시설을 소유한 기관이 아니라 그 항만의 미래를 책임지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산항만공사를 하나의 지사로 만들고 전국 항만을 한 법인으로 묶는 것이 과연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항에서 만들어진 성과가 다시 부산항에 투자되고, 부산의 산업과 일자리,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바다는 경계가 없지만 항만에는 지역의 얼굴이 있다. 부산항은 부산의 산업과 사람, 도시의 성장과 함께 150년의 항로를 걸어왔다. 이제 다음 150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때도 부산항이 이름만 빌린 채 부산의 손을 떠나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항만공사의 통합을 서두르기 전에 물어야 한다. 부산항의 주인은 누구인가. 부산도 답해야 한다. 부산항의 미래를 부산이 결정할 것인가. 결정한다면 그 결과에 책임질 것인가. 통합은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고, 분권은 책임을 나누는 일이다. 부산항에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인가. 그 답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병욱 해양수산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4. 4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5. 5[도청도설] if, 손아섭
  6. 6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7. 7[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8. 8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9. 9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10. 10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4. 4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2. 2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3. 3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4. 4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8. 8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9. 9[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10. 10[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