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을 꼽자면 AI 관련 합의다. 미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의 위험과 혜택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사고 때 소통하기 위한 미중 대화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발 속도를 늦추기보다 기술 발전에, 시 주석은 인간의 규제에 강조점을 둬 미묘한 시각차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I 속도조절론’이 글로벌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AI 패권을 다투는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나는 자리인 만큼 어떤 합의가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기술 개발에 관한 속도 조절이나 규제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온 건 아니나 ‘논의의 첫발을 뗐다’ 정도의 의미는 있었다는 평가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무제한 성능 확장과 거대 모델 경쟁을 벌이던 빅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AI 속도조절론 논란이 급부상했다. 오픈AI가 한 달 전 출시한 GPT6 아스트라가 신호탄이 됐다. AGI(범용인공지능·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유사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의 AI) 시대를 열었다는 자랑이 나오자 ‘AI가 인류에 재앙적·실존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쏟아졌다.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의 전 직원인 제이컵 콕슨은 “AI가 10년 안에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있다”며 현재 개발 속도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일각에선 선두를 점한 빅테크 기업들이 후발주자 추격을 막기 위해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미중 정상도 검토를 개시하는 등 AI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듯 보이지만, 빅테크 업체들은 아랑곳 않고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밟는다. 메타가 개인용 업무수행 AI 에이전트 ‘뮤즈’를 출시해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호응을 얻자,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금리 인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글은 제미나이4 공개에 박차를, 앤트로픽은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요 기업들이 AI 투자를 줄이지 않자 시장은 낙관론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민간기업이나 국가 간 과도한 AI 기술 패권 경쟁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개발자들의 경고는 여전히 섬뜩하게 다가온다. 미중 두 나라 간 합의를 넘어 AI 기술 활용·안전성을 관리하고, 윤리·규범을 정립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유엔 기구들과 협력해 구축하려는 ‘글로벌 AI 허브’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AI 안전망 마련을 향한 국제사회 논의가 속도를 내기를 기대한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