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박철호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겸임교수·HiBA 설립자

  • 박철호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겸임교수·HiBA 설립자
  •  |   입력 : 2026-09-28 18:40:1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른 아침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을 찾았다. 운동도 할 겸, 며칠째 부산을 떠들썩하게 한 상어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상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난간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아기를 안은 부부,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 삼각대를 세운 사람,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 모두 같은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파 때문에 야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통제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잠시 뒤 누군가 말했다. “나왔다!”

수면 위로 검은 등지느러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같은 곳을 향했다. 상어는 3분, 5분, 길게는 10분쯤 지나 다시 수면 가까이 돌며 지느러미를 드러냈다. 그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몇 번 이런 말도 들렸다. “관종이네, 관종.”

나도 웃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조금 이상했다. 상어가 우리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상어는 그저 자기 방식대로 헤엄치고 있었을 뿐이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여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 앞에서도 자꾸 인간의 언어를 덧씌운다. 정작 그날 북항에서 관심을 원했던 쪽은 상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장면을 보며 관광과 생태를 함께 생각했다. 관광은 본래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예상하지 못한 풍경 하나, 사건 하나가 사람을 움직인다. 사람이 모이면 소비도 생긴다. 필자는 상업성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어가 화제가 됐으니 캐릭터도 만들 수 있고 기념품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이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다.

상어를 오래 붙잡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제 바다로 돌아가게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도시. 상어 한 마리 때문에 부산 앞바다의 생태와 해양쓰레기를 다시 보고, 시민과 기업이 바다 환경에 관심을 갖는 도시. 이쯤 되면 ‘무태상어 고향 보내기 시민 모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그 농담 속에는 붙잡아두기보다 잘 돌려보내자는 마음이 담길 수 있다.

상어를 기다리다 문득 주변을 다시 바라봤다. 넓은 친수공원과 수변 산책로, 캠핑장, 크루즈 부두가 있고 오페라하우스도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도시와 항만,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실 북항 친수공원은 미래가 아니었다. 잘 짜인 미래의 모습으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 다만 우리가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날 찍은 사진 몇 장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한 부산 토박이가 답했다. “색다른 경험 하셨네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예요? 부산 사람인데도 처음 보네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정작 부산 사람이 사진을 보고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북항에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 북항이 ‘부산에 있는 공간’에서 ‘부산 사람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북항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무엇을 만나게 할 것인가다. 사람과 사람, 시민과 여행자, 도시와 바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곳. 아침에는 걷고 달리고, 낮에는 쉬고 바다를 배우며, 저녁에는 공연과 야경을 즐기는 곳. 시설은 이미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그 사이를 사람의 경험과 관계, 이야기로 채워야 한다.

그날 아침 사람들은 3분, 5분, 때로는 10분을 기다렸다. 등지느러미가 나타날 때마다 환호했다. 그러나 상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북항도 그랬는지 모른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는데, 우리가 이제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상어는 언젠가 떠날 것이다. 떠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상어와 함께 북항을 향한 우리의 시선까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시 북항 사진을 부산 사람에게 보냈을 때 “거기가 어디예요?”가 아니라 “아, 거기. 나도 자주 가요.”라는 답이 돌아왔으면 한다. 그때 북항은 부산이 꿈꾸는 미래가 아니라, 부산 사람이 살아가는 현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또 피격 12명 사망 309명 부상
  2. 2[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3. 3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4. 4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5. 5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6. 6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7. 7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8. 8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9. 9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10. 10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1. 1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2. 2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3. 3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4. 4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5. 5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6. 6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7. 7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8. 8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9. 9‘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 1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2. 2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3. 3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4. 4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5. 5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부울경 스타트업 11곳 IR 데모데이
  6. 62020년 이후 19조원 풀린 모태펀드…75%는 수도권에 투자
  7. 7"국세 체납액 116조원 돌파…미납에 따른 가산세 급증"
  8. 8배달 문화 자리 잡으면서 불만도 급증… 5년여 간 소비자 상담 9430건
  9. 9‘개 식용 종식’ 순조롭게 진행… 농가 1537곳 중 1339곳 문 닫아
  10. 10“농지 전수조사 내용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
  1. 1[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2. 2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3. 3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4. 4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5. 5'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6. 6울산 5개 구·군 재정자립도 모두 4년 전보다 하락
  7. 72027학년도 대입 수시, 지역인재·지역의사제 전형 전년대비 40% 지원 증가
  8. 8'이웃 간 강력범죄'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10년간 전화상담 35만 건 넘어
  9. 9'보조배터리 화재' 제주항공 여객기, 11일 새벽 1시40분에 제주 도착
  10. 10한글날 연휴 둘째 날 북항에 5만9천명…‘부캉이’ 누적 방문객 127만명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