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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막장’ 인사청문회였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의혹 해명 대신 납득 못할 억지 변명과 ‘메신저’ 흠집내기로 일관했다. 지켜보는 국민이 어디까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라는 국민의 외침은 타당하다. 그럼에도 국민의 알 권리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은 필요하다. 여야가 신청하는 증인 및 참고인의 수를 일정 인원 이상으로 정해 ‘증인 0명’ 청문회가 재발되는 것을 법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인사청문회 39건 중 무려 82%인 32건이 증인 없이 진행됐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사법적 의혹과 도덕성 검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물타기로 의혹을 뭉개는 정치적 장치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15일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파행이 예고됐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을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김승원 지키기’에 나선 결과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질문 사주’다.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에게 38쪽 분량의 ‘예상 Q&A(질의응답)’ 문답집을 뿌렸다. ‘모범답안을 준비했으니 적힌 질문만 하라’는 짜고치는 고스톱 판이다. 답변서에 드러난 모범답안마저도 ‘자신은 잘못이나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문과 출신이라 치료제 성능을 모른다”는 해명에는 말문이 막힌다. 이런 문답지나 만들려고 청문준비사무실 출근 때 언론의 질문에 도망다닌 것인가.
의혹을 폭로한 ‘메신저’에 대한 공격과 ‘입틀막’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수사 정보의 정치적 이용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후보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해야 한다’는 기소의견서를 지적한 것이다. 문건 공개가 사실을 왜곡했다면 당연히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직, 그것도 도적적으로 엄격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한 문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에 사실관계 반박은 못하고 출처를 문제 삼는다. 신약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무혐의라던 입장을 바꿔 기소유예를 꺼내들었다. “제 피의사실을 말하는 것은 피의사실공표죄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했다. 더 이상 자신의 의혹을 거론하지 말하는 ‘대국민 입틀막’이다.
어떻게든 청문회만 버티면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강행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지율 급락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배경은 대통령 공소취소 실행이라는 여론이 커진다. 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의원 단 한 명에게 민주당 전체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다는 조롱을 피하기 위해 오기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때 ‘국민 주권’ 정부를 선언했다. 인사 지명과 청문회 과정 어디에 국민 주권이 ‘조금이라도 묻어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