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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국회의원 제명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6-09-13 18:49:0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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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소수인 독재정권을 지원할 것인가, 다수인 민주세력을 선택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1979년 9월 16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김영삼(YS) 당시 신민당 총재의 인터뷰다. 박정희 유신 정권과 민주공화당은 이 발언을 ‘반국가적 언동’으로 규정하고 야당 총재이자 7선 국회의원이던 YS를 국회에서 제명하기로 했다. 이를 저지하려고 신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자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 의원 159명만 참석한 채 별실에서 제명안건을 기습 처리했다. 78년 헌정사에 유일무이한 국회의원 제명이다.

수백 가지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징계를 받게 돼 있다. 공개 경고나 사과, 국회 출석정지, 제명이 그것이다. 제헌 국회에서 22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징계안은 400여 건이나 발의됐다. 하지만 실제 징계는 7건 뿐이다. 그나마 YS를 제외한 6건은 사과 경고 출석정지에 그쳤다. 비위가 터지면 허겁지겁 징계안을 만들지만 묵히면서 잊혀지기를 기다리거나 슬그머니 철회하기 일쑤였다. 정당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징계안도 적지 않았다. 제명에는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제명은 개헌만큼이나 까다롭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재조명 토론회를 우파단체와 열어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이 이유다. 한 의원을 공격하는 재료는 수사 자료 유출 의혹이다. 한 의원이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 로비 의혹’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진숙 한동훈 OUT’이라 적힌 수첩을 노출시키며 관련 논의를 더욱 촉발시켰다. 제명이 안 되면 국회법을 고쳐 자격을 정지시키겠다는 게 여당 입장이다.

웬만한 비위는 못 본 척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하던 민주당이 ‘이진숙’ ‘한동훈’에는 발끈한다. 과연 5·18은 누구에게도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불가침 성역인가.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법무부장관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자는 주장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자격 박탈을 운운할 사안인가. 국민은 녹취록 출처보다 유흥업소 마담 출신 사업가 등이 엮인 지저분한 의혹의 실체가 더 궁금하다. 민주당이 5·18과 함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하는 부마민주항쟁은 YS 의원직 제명이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 부마항쟁의 결과는 박정희 정권의 몰락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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