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막해 11월 1일까지 계속되는 ‘2026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이다. 불협화음을 내는 합창,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거부감이 드는데 그런 작품들을 한 데 모은 미술대잔치가 펼쳐진다. 전시는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는 무수한 소리를 날것 그대로 직시하도록 해, 관람객 시각으로 재구성하게 하고 아름다운 화음이 실은 강요된 억압일 수 있음도 드러낸다.
주제에서 짐작하듯 이번 비엔날레는 사운드아트가 주를 이룬다. 인간 군상의 여러 반대·저항의 목소리가 흥미롭게 나열된다. 전소정의 ‘구미호하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려극장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으로, 고려인 공동체에 이어져 내려오는 소리의 기억을 엮어 디아스포라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동근의 ‘아리랑 예술단’은 탈북민 공연단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기록한 사진작품인데, 실향과 경계인의 소리가 사진 너머로 생생히 전달된다. 부산 동구 수정동 민중가요저장소는 1980년~1990년대를 휩쓴 민중가요의 아카이브를 미술관에 재연, 저항 수단으로 활약한 음악을 조명한다. 불협하는 소리들의 파장은 메인 전시장인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을 넘어 영도구의 폐교된 부산남고, 물양장 창고가 카페로 바뀐 스페이스원지로 확대되며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런 비엔날레의 감동은 개막 일주일 만에 일부 작품이 훼손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퇴색됐다. 류성실의 ‘만 가지 꿈’은 교복을 입은 어린이부터 해골까지 수많은 모습의 마네킹이 리프트 위에서 합창하며 ‘강압된 성공’을 꼬집는 이번 전시 대표작인데, 현재 파손돼 퍼포먼스를 볼 수 없다. 비엔날레 측은 “리프트 하부에 추가 지지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손상됐다”며 작가와 관람객에게 사과했으나, 입장료는 그대로 받고 작품 복원 시 재관람 허용 여부도 설명하지 않았다. 듀킴의 설치작 ‘신이 떠난 무대, 제1막 피의 무대’ 앞에도 ‘현재 보수 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파이프오르간이 소리를 내기 위해 공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설치작 한쪽 면의 비닐이 찢어져 ‘반쪽 관람’만 가능했다. 미라양의 ‘꿈의 기계여 깨어나라’ 역시 꽹과리 자동연주가 전기모터 불량으로 작동을 멈췄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 현대미술 축제다. 2년에 한 번 치러지는 전시 준비·관리도 매끄럽게 하지 못해 ‘불협하는 비엔날레’라는 비난을 자초한 책임은 전적으로 주최 측에 있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