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수산칼럼] 기록이 만드는 K-조선의 미래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  |   입력 : 2026-09-06 19:20:2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 7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어떻게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할지 논의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위원회에서 채택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은 세계유산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그 책임을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오래된 유산이 보존뿐만 아니라 오늘의 의미있는 데이터로 전환하고 다시 미래의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부산선언의 의미를 확인하고 기록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수원 화성이다. 1796년 완공된 화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장안문과 창룡문 등이 파괴되고 성벽 곳곳이 무너지는 등 크게 훼손됐다. 1970년대 대대적인 복원 과정에서 1801년 간행된 화성성역의궤에 담긴 설계와 공법, 자재, 공사 기록을 바탕으로 화성은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의궤에는 공사의 이유와 참여자까지 담겨 있었다. 당대의 경험을 후대가 재현하고 활용할 지식으로 전한 기록문화가 화성을 되살린 것이다.

인공지능 전환(AX) 시대에 이 기록문화는 새로운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 AI의 활용 수준은 데이터의 양뿐만 아니라 정확성과 연결성에 좌우된다. 데이터센터가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현대판 사고(史庫)라면, 그 안을 채우는 산업 데이터는 미래를 위한 실록과 의궤다. 데이터의 축적과 AI로의 전환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조선산업은 선박의 설계와 생산부터 운항과 정비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설계 및 변경, 자재·기자재 조달, 절단·용접·조립, 품질 검사와 시운전 기록, 인도 후 운항 상태와 연료 사용량, 고장·정비 이력도 수십 년간 축적된다. 이를 연결하면 선박의 전 생애주기를 이해하고 개선할 지적 자산이 된다.

그러나 수많은 건조와 운항 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데이터는 기업과 부서, 장비와 시스템별로 흩어져 있고 형식과 기준도 제각각이다. 선박이 인도된 뒤 사장되는 정보도 적지 않다. 더 큰 공백은 아직 데이터로 전환되지 못한 숙련자의 암묵지다. 숙련자는 용접 불꽃과 소리, 철판과 장비의 미세한 변화만으로 이상을 감지하고 작업 방법을 조정한다. 눈과 귀, 손끝에 쌓인 경험은 매뉴얼만으로 담기 어렵다. 작업 환경과 센서 데이터, 작업 이력, 판단 근거를 영상과 함께 기록해 AI가 학습할 산업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조화한 암묵지를 기존 데이터와 연결하면 AI는 최적 공정을 제안하고 품질 이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숙련자의 경험은 신규 작업자 교육과 현장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운항·고장 이력은 디지털 트윈, 자율운항 기술의 고도화와 정비 시점 예측에 활용된다. 한 척에서 얻은 경험이 다음 선박의 설계와 생산으로, 바다에서 확인된 문제가 조선소와 선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미래 AI 기반의 조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연구 기관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선박 전 생애주기의 데이터 표준과 안전한 저장·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은 공통 기준에 따라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며, 학계 및 연구기관은 데이터 연결과 품질 검증, 암묵지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 공동 활용할 데이터의 범위와 원칙도 정립해야 한다. 더하여 암묵지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숙련자를 대체하는 시설이 아니라 그 경험을 축적·검증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독자적인 데이터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조선소와 기자재업체도 함께 활용할 AX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미래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건조했는가 뿐만 아니라,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는가에 달려 있다. 기록은 행정의 흔적이나 과거의 결과물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만드는 자산이다. 과거의 기록이 무너진 화성을 되살렸듯, 오늘 축적하는 산업 데이터는 AX 시대 K-조선의 미래를 새롭게 세울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