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훨씬 전에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한 적이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끝내고 그곳 강에서 한 래프팅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어느 글에 꽂혀서 그해 여름휴가는 네팔행으로 정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해서 “우기(6~9월)라 래프팅은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유량이 급격히 불어나는 시즌이라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액티비티를 금지한다는 설명이었다.
아쉬움을 안고 3박4일간의 산행만 마친 뒤 베이스캠프가 있는 포카라에서 수도 카트만두로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도중 차창 너머로 본 폭발적 강물은 서늘한 공포로 다가왔다. 고가도로 아래를 집어삼킬 듯 내달리는 거친 물살은 우리가 알던 장마철 강물 수준이 아니었다. 우기에는 비뿐만 아니라 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가 더해져 유량이 폭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당시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맹위를 뒤늦게 실감했다.
지난 26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가 그때 공포를 되살렸다. 당시와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급류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 빙하와 암석이 하천을 덮치면서 비 없이도 돌발홍수를 일으켰다.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아래 마을의 건물과 다리, 도로는 순식간에 휩쓸렸다. 지금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750명, 실종자는 3000명을 넘었다. 한국인 9명도 실종 상태다. 수력발전소를 지으려 현지에 파견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 네팔 당국과 협력하며 수색·구조 작업을 시도 중이지만 현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을 포함한 실종자 모두 무사히 구조돼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네팔이 2차 홍수 등 추가 재앙에 고통받지 않기를 네팔을 위해 기도한다(Pray for Nepal).
이번 대재난의 원인은 기후위기로 모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 빙하가 ‘파멸적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약화한 지반이 산사태를 일으켜 대홍수를 유발했다. 유럽 미국은 여름마다 폭염과 산불에 시달리고, 올해 한국도 40도가 넘는 열돔에 갇히는 등 지구 곳곳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는다. 점점 가속도가 붙으며 위력을 더해가는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력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정도에 다시 올라야 한다. 미국의 탈퇴와 잇단 전쟁으로 약화한 파리기후협정(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국제사회 약속)의 동력을 다시 끌어올려 ‘기후위기시계’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발버둥이라도 쳐야 한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