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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 16일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으로,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연속 인상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연속 인상 자체도 역대 네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가파른 성장이 이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어 통화긴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제 대응으로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긴축 사이클’이 상당기간 계속된다는 말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이던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한때 120달러로 치솟았다가 최근 9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높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과 6월 3%대를 찍었다가 7월(2.8%) 다소 낮아졌으나 한은 목표 수준(2.0%)은 크게 웃돈다. 중동 상황이 교착 상태여서 물가 불안은 이어질 우려가 크다. 미국이 지난 24일 이란과 특정 물품을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새 이란 제재 방안을 발표하는 등 종전은 기약이 없다. 반도체 초호황이 주도하는 경기 반등세도 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p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160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으로 뚝 떨어져 수입물가 상승이 고물가로 이어지는 최악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가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가 1.00%p에서 0.75%p로 축소돼 환율 안정세는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와 환율 안정에는 기여하겠지만 저소득·저신용자나 영세 자영업자, 서민 등 취약대출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을 키운다. 포괄적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2분기 말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부채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는 내수 등 우리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충격파가 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은 선제적 취약대출자 관리로 대비해야 한다. 금융권 역시 취약대출자를 위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등 상생금융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재정·통화당국 간의 긴밀한 정책 조율도 시급하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정부는 내년 예산을 사상 최대인 800조 원 이상으로 편성하고 추가 세수도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해 쓰는 등 돈 풀 궁리부터 한다. 일부 지자체는 추석 민생지원금을 지급해 가세한다. 확장재정과 통화긴축이 엇박자를 내면 정책 신뢰도는 떨어지고 시장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