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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부산시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시 제공 |
지난 6월 부산대는 서울에서 수도권 수험생과 학부모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첫 단독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이처럼 부산지역 대학에 대한 수도권의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성과가 있다. 부산대 정시모집에서 수도권 출신 학생 비율은 2024학년도 6.5%에서 2026학년도 13.9%로 배 이상 늘었다. 부산지역 다른 대학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 성과가 지역 대학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부산지역 대학생들에게 금융 공공기관 취업은 주요 진로 선택지로 떠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 공공기관은 지역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금융 공공기관을 비롯해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부산에 본사를 옮긴 9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8~2024년 34.8%에 달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부산 청년들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부산은 금융·해양·영화·영상 등 지역의 강점을 앞세워 유치전에 나섰다. 그 결과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기관이 문현금융단지에 모였고, 해양·수산 기관과 영화진흥위원회도 이전했다. 1차 이전은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적 기반을 만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다만 금융 공공기관의 집중이 민간 금융사와 관련 기업의 대규모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기관을 옮기는 것만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적인 정책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 중앙행정기관의 2차 지방이전 방안을 상정해 심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도 유치 기관을 나열하기보다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부산시는 정부의 이전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40개 유치 대상 기관을 선정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2차 이전과 관련한 부산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치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왜 해당 기관이 부산에 와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가 5극3특 중심의 균형성장을 내세워 2차 이전을 추진한다면 부산의 가장 강력한 카드는 금융이다. 부산에는 이미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공공기관이 몰려 있고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라는 기반도 갖춰져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 핵심 국책금융기관이 더해진다면 금융기관 간 연계와 지역 기업 지원을 통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역 기업과 벤처·신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고 ‘지방주도 성장’을 강조했지만, 부산의 주요 현안인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쉽다. 과거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 대표가 여당 대표가 된 지금은 지역구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산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결국 말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풀어낼 정치적 결단이다.
최근 호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지원이 구체화되면서 다른 지역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수록 다른 지역 역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부산은 대규모 신규 투자가 부족한 데다 전력반도체와 소형모듈원전(SMR) 산업도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 지원에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부산의 산업 기반을 보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다. 40개 기관을 모두 유치하기보다 금융과 미래산업 등 부산의 성장 전략에 필요한 기관을 선별해 집중해야 한다. 해양·수산 분야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연계해 관련 기관과 기능을 모으는 별도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장이 직접 정부와 여당을 설득하고 정치권과 경제계, 대학, 시민사회도 힘을 모아야 한다. 1차 이전이 기관을 부산으로 모으는 것이었다면, 2차 이전은 이전 기관을 지역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산시는 금융을 비롯해 부산의 기존 산업 기반을 확장할 기관을 선별하고 산업은행 등 핵심 국책금융기관 유치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2차 이전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부산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