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화염에 싸인다. 불길이 넘실대며 여기저기 옮겨 붙는다. 전생에서 외제니는 도서관이 불타 사라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엘타분 동굴의 지하 도서관, 우루크 집의 지하 도서관, 아케타톤의 지식의 사원. 축적된 지식은 불탄 도서관과 함께 사라졌고 인류 역사는 뒷걸음질 쳤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영혼의 왈츠’는 “세상 종말까지 단 5일 남았다”는 경고를 들은 사람들이 파국을 막으려 악전고투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외제니는 자기 전생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퇴행 최면’을 통해 과거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원시부터 고대까지 그의 주요 전생은 모두 문명 기록으로서의 책, 그리고 도서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과거에도 책과 도서관으로 대변되는 문명을 파괴하려는 무도한 세력이 있었고, 현재에도 그 위험이 이어지니 경계하고 지키라고 소설은 전한다. 작가의 의도는 서문에서 드러난다. ‘책과 도서관, 서점의 존재 의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바친다. 이기는 게 당연해 보이나 실은 갈수록 힘든 싸움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배열된 글자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상상력이 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과거의 세계를 기억에 남기는 것은 물론 더 나은 미래 세계를 자유롭게 그리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믿는다’.
활자매체의 위기 시대다. 책은 영상에 밀린 지 오래고, 독서량도 갈수록 줄어든다. 이런 환경에서 최근 유행하는 텍스트힙(책·글자를 읽는 행위를 멋진 문화소비로 인식) 현상은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이달 10~13일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도서관정보대회는 120개국 3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AI시대 도서관의 역할’을 논해 주목받았다. 지난주 열린 부산 북앤콘텐츠페어 역시 독립출판사를 접하고 유명 작가 강연을 들으려는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이 같은 ‘역행’은 책과 도서관을 지키려는 ‘영혼의 왈츠’ 속 이들의 분전과 오버랩된다.
요즘 ‘책갈피 오픈런’ 열풍도 연장선상이다. 출판사 민음사가 편의점 GS25와 협업해 ‘민음사빵’을 내놓았는데 품절대란이다. 포켓몬빵 띠부실처럼 빵 안에 민음사가 발간한 고전문학 표지 모양의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넣은 상품인데, 빵보다 책갈피를 얻으려는 소비자의 애타는 재고매장 찾기와 오픈런이 계속된다. 책보다 굿즈냐는 삐딱한 시선도 있으나, 책을 향한 관심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유쾌한 반란처럼 느껴진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