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소리는 호남, 춤은 영남’이라 했다. 호남(전라)이 동·서편제로 대변되는 ‘판소리의 본고장’ 전통이 깊었던 반면 영남(경상)은 춤이 강세였다. 영남에서는 절제 속 호방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자랑하는 춤이 꽃을 피우며 한국무용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덧배기춤사위는 영남춤의 정수다. 강한 굴신(무릎을 굽히고 펴기)으로 몸이 땅을 단단히 딛고 일어나 뻗어나가면서 멈추고 맺는 배김새 동작은, 억센 삶의 한을 신명으로 풀어내며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산시무형유산인 동래학춤을 비롯해 국가무형유산인 동래·수영야류와 통영·고성·가산오광대, 승전무, 진주검무 등이 대표적인 영남 전통춤이다. 춤의 고향답게 한국무용사에 길이 남을 명무도 많이 배출했다. 동래학춤의 고 문장원을 비롯해 양산학춤의 고 김덕명, 동래한량무 예능보유자이자 승무·살풀이춤으로 유명한 원로춤꾼 김진홍 등이 대명인들이다. 전남 출생이지만 한국전쟁 즈음 부산에 와서 활동하며 영남춤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고 이매방도 있다. 26년 전 그가 춤 인생 65주년을 기념해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했는데,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생이 남긴 쓴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춤은 고요함과 움직임, 암과 수, 음과 양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정중동(靜中動)인데 지금 춤은 서양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정은 없고 동만 남았다. 서양춤이 신나 보이니, 잘 모르는 관객에게서 박수만 받으려고 하니까 그런 거야.”
지역 전통무의 역사를 연례적으로 계승하는 영남춤축제 ‘춤, 보고 싶다’가 지난 8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폐막했다. 지난달 24일 국립부산국악원 단원이 꾸민 개막공연 ‘접: 삶이 춤이로다’를 시작으로, 독무 위주의 한국전통춤판, 연희 렉처 콘서트, 영남춤 작가전 등을 거쳐 국립국악원의 ‘상선약수’ 무대로 막을 내렸다. 폐막공연은 태평무 승무 살풀이춤 등 그간 주로 독무 중심으로 접할 수 있었던 춤을 역동적인 군무로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지난달 19~29일)와 맞물려 ‘헤리티지’가 강조됐다. 동래학춤은 야외공연으로 펼쳐졌고, ‘K-무형유산의 가치와 확장’ 주제의 학술대회도 열렸다.
영남춤축제는 2017년 시작돼 올해로 9회째다. 팬데믹 때 한 해를 쉬어가 내년에 10회를 맞는다. 부산을 대표하는 여름문화예술축제가 내년엔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화려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