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개통령’ 강형욱 조련사가 의뢰를 받은 가정을 방문해 ‘문제의 개’를 진단하고 훈련을 통해 행동을 교정한다. 입질이 심하거나 견주에게 반항하는 사례가 주로 나오는데, 개의 잘못을 인지하고도 통제를 못하는 무책임한 견주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무능한 견주를 비춘다. ‘개의 잘못보다는 견주의 책임이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정의 기둥인 행정·사법제도 역시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정치 권력의 잘못이 크다.
검찰과 사법시스템은 범죄와 부패로부터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가드독(Guard Dog·경비견)’이다. 가드독이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통제하는 견주는 정권과 국회 등 정치 권력이다. 정치 검찰로 대변되는 일부 가드독의 일탈은 정치 권력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행동을 방치한 결과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거부로 시행된다. 국민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지만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고치면 된다는 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부작용으로 국민이 고통받을 때 정부의 대응이 어떠했는지 되돌아보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견 가능하다. 국민 60%이상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대통령과 민주당은 귀를 닫았다. 차기 총선 공천권과 당내 권력 헤게모니를 판돈으로 건 전당대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는 막강한 게임 머니다. 국민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보완수사권 폐지의 폐해로 지적한 ‘사법의 민영화’다.
정권과 국회는 가드독이 집과 가족을 지키도록 통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웃을 공격하는 상황을 방치했다. 심지어는 공격성을 주입시키고 보상까지 줬다. 가드독의 일탈은 정치 권력의 의도, 또는 미필적 고의에 따른 결과다. 가드독에게 함부로 날뛰어도 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가드독이 아닌 ‘정치 권력의 개’로 길들이려한다는 의심이다. 우리 정권 때는 정의로운 가드독이고 상대방 정권 때는 표적·별건 수사로 공격하는 위협으로 매도한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면서도 온갖 특검을 발족시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간을 끝도 없이 연장하는 ‘기우제 특검’을 만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사기관은 국가와 국민이 아닌 정권의 비호 아래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학습한다.
정치 권력이 국민과 국가를 배신하면 정상적인 가드독은 맹렬하게 짖을 것이다. 이런 가드독을 위협으로 느꼈는지, 민주당은 ‘쉽게 길들일 수 있고 순종한다고 믿는’ 새 가드독인 경찰에게 수사권을 몰아줬다. 수사 역량 저하나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과 대통령은 무시했다. 악랄한 검찰 권력은 견제해야 한다면서 경찰은 정의롭다는 ‘그들만의 이상한 선의’는 정치적 목적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개정 형소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새 가드독은 수상한 행보를 보인다. 5·18 모욕의 고의성을 입증한다는 이유로 ‘탱크 데이’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모욕의 고의성 입증이라는 ‘궁예의 관심법’ 같은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내세웠다. 증거 인멸 우려가 큰 전 민주당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의 수사는 11개월째 뭉개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 경찰의 화려한 신고식’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정권의 지팡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사법시스템이 가드독이라면 국회 권력은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견제하는 ‘워치독(Watch Dog·파수견)’이다. 워치독은 이미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통제를 입법을 통해 막았다. 통제 수단이 있었음에도 외면한 결과는 엄청난 부실 또는 부정 선거로 돌아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역시 국민 반대와 야기될 피해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분명하다. 제멋대로 날뛰는 ‘망나니 워치독’이 된 것이다.
견주인 국민의 잘못이 첫 번째다. 비뚤어진 진영 논리가 워치독을 망쳐놨다. 국민은 이제라도 목줄을 세게 쥐고 국회 권력이라는 워치독을 엄격하게 길들여야 할 때다. 누가 국가의 주인인지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그저 무책임하고 안일한 견주만이 있을 뿐이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