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에 의하면 ‘보건의료’란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활동’이라는 뜻인데, 이 개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보건’과 ‘의료’를 떼어놓고 그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은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관리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영위하도록 함으로써 건강 수준을 높이는 ‘건강증진’ 활동과 다양한 개입을 통해 각종 질병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질병예방’ 활동을 포괄한다. 이와 달리 의료는 어떤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질환자에게 진단·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러니까 보건과 의료는 특정 ‘주체’가 관련 서비스(건강증진·질병예방, 진단·치료·재활)를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여기서 서비스 제공의 주체를 공공과 민간으로, 그리고 대상자를 인구 집단과 개인으로 구분해서 만들어진 4개의 영역(공공-집단, 공공-개인, 민간-집단, 민간-개인)별로 각각을 살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공공(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고, 대상자가 집단인 경우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이나 건강증진을 위한 교육·홍보 등 공공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행하는 보건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공중보건이라 칭하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활동은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수행한다. 둘째는 서비스 제공 주체는 공공인데 대상자가 개인인 경우이다. 국립의료원이나 지방의료원(공공의료기관)이 급·만성 질환자(개인)를 치료하는 공공의료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서비스 제공 주체는 민간인데 대상자가 인구 집단인 경우이다. 이는 일부 공중보건의 민영화 또는 민간 위탁의 범주에 속하는데,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은 서비스 제공 주체가 민간이고, 대상자가 개인인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동네의원과 대다수 종합병원(민간의료기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주민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지·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활동은 광의의 경제(일자리)와 복지로 구분된다. 보건의료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복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므로 지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보건의료 노선과 정책에 따라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책임 투자와 효과적·효율적 집행·관리를 해야 한다.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정부는 지역 사회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한 ‘공중보건 역량’을 확충·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없는 보건소 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중보건 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공유·분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정책·재정적 재량(분권성)과 책임성의 확충·강화다. 앞으로 지방정부는 강화된 공중보건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보건의료 정책을 보건소 체계를 통해 직접 수행하거나, 민간 보건의료 주체들과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다양한 정책 수행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의료원이 지방정부의 ‘정책 의료’를 수행·지원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과 지역의 정책 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정책 의료 목표는 인구의 건강 수준 향상과 건강 불평등 해소이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계층 간 의료 이용의 형평성을 높이는 각종 보건의료 정책(취약 인구 지원, 지역 사회 일차의료 강화, 지역 완결적 의료 전달체계 확립 등)을 추진해야 하며, 지방의료원은 이 과정에서 정책 의료의 수행·지원 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는 ‘건강 수준 향상과 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정책 의료 목표에 민간의료기관이 협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민간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지해야 하며, 그럼에도 필수의료가 부족하면 정책 의료 개입이 요구된다. 가령, 의료 취약 지역에 민간의료기관이 부족한 경우라면 지방정부가 공공의원을 설립·운영하거나 민간과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혹은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지 않거나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정책 의료 개입을 해야 한다. 공공의료(지방의료원, 보건소 등)는 여기에 협력하고 역할을 공유·분담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흐름은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의 분권적 역량 강화다. 우리나라도 지방정부가 지역의 보건의료 제공과 관련해서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갖도록 법·제도·재정적 개혁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방정부는 자체의 공중보건 능력과 정책 의료 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