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6-08-06 18:42:4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나라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에 의하면 ‘보건의료’란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활동’이라는 뜻인데, 이 개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보건’과 ‘의료’를 떼어놓고 그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은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관리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영위하도록 함으로써 건강 수준을 높이는 ‘건강증진’ 활동과 다양한 개입을 통해 각종 질병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질병예방’ 활동을 포괄한다. 이와 달리 의료는 어떤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질환자에게 진단·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러니까 보건과 의료는 특정 ‘주체’가 관련 서비스(건강증진·질병예방, 진단·치료·재활)를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여기서 서비스 제공의 주체를 공공과 민간으로, 그리고 대상자를 인구 집단과 개인으로 구분해서 만들어진 4개의 영역(공공-집단, 공공-개인, 민간-집단, 민간-개인)별로 각각을 살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공공(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고, 대상자가 집단인 경우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이나 건강증진을 위한 교육·홍보 등 공공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행하는 보건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공중보건이라 칭하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활동은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수행한다. 둘째는 서비스 제공 주체는 공공인데 대상자가 개인인 경우이다. 국립의료원이나 지방의료원(공공의료기관)이 급·만성 질환자(개인)를 치료하는 공공의료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서비스 제공 주체는 민간인데 대상자가 인구 집단인 경우이다. 이는 일부 공중보건의 민영화 또는 민간 위탁의 범주에 속하는데,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은 서비스 제공 주체가 민간이고, 대상자가 개인인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동네의원과 대다수 종합병원(민간의료기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주민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지·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활동은 광의의 경제(일자리)와 복지로 구분된다. 보건의료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복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므로 지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보건의료 노선과 정책에 따라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책임 투자와 효과적·효율적 집행·관리를 해야 한다.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정부는 지역 사회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한 ‘공중보건 역량’을 확충·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없는 보건소 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중보건 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공유·분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정책·재정적 재량(분권성)과 책임성의 확충·강화다. 앞으로 지방정부는 강화된 공중보건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보건의료 정책을 보건소 체계를 통해 직접 수행하거나, 민간 보건의료 주체들과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다양한 정책 수행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의료원이 지방정부의 ‘정책 의료’를 수행·지원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과 지역의 정책 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정책 의료 목표는 인구의 건강 수준 향상과 건강 불평등 해소이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계층 간 의료 이용의 형평성을 높이는 각종 보건의료 정책(취약 인구 지원, 지역 사회 일차의료 강화, 지역 완결적 의료 전달체계 확립 등)을 추진해야 하며, 지방의료원은 이 과정에서 정책 의료의 수행·지원 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는 ‘건강 수준 향상과 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정책 의료 목표에 민간의료기관이 협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민간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지해야 하며, 그럼에도 필수의료가 부족하면 정책 의료 개입이 요구된다. 가령, 의료 취약 지역에 민간의료기관이 부족한 경우라면 지방정부가 공공의원을 설립·운영하거나 민간과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혹은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지 않거나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정책 의료 개입을 해야 한다. 공공의료(지방의료원, 보건소 등)는 여기에 협력하고 역할을 공유·분담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흐름은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의 분권적 역량 강화다. 우리나라도 지방정부가 지역의 보건의료 제공과 관련해서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갖도록 법·제도·재정적 개혁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방정부는 자체의 공중보건 능력과 정책 의료 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6. 6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0. 10"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