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해’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반 김구 선생의 뜻이 유네스코의 핵심 가치인 평화의 문화 및 문화 다양성에 깊이 부합한다며 이 같이 선정했다. 우리나라 인물·유산이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건 1994년 서울 수도 지정 600주년, 1996년 한글 창제·반포 550주년, 2012년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2013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이어 여섯 번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자서전 ‘백범일지’에 실린 글 ‘나의 소원’으로 잘 알려졌듯, 그는 광복 후 조국이 문화로 평화를 구현하고 인류 화합을 이끄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했다. 최근 K-컬처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그의 바람을 현실화하자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이제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등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요즘이다.
유네스코 김구 기념해는 지난 19~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면서 더 뜻깊게 조명됐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위 개최를 기념해 회의 기간 부대행사로 ‘대한민국관’을 열었다. 유네스코 김구 기념해를 알리는 전시부스는 물론 다양한 K-유산이 전시·체험 형태로 선보였는데, 지난 일주일간 관람객만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방문 열기가 뜨거웠다.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배우고 목판본을 체험하는 합천 해인사관은 특히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였다. 봉원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영산재와 진관사의 국가무형유산 수륙재 시연도 박수를 받았다. 행사 기간 국가유산을 활용한 ‘K-굿즈’의 누적 매출은 2억2000만 원에 달했다.
세계유산위 개최로 확인된 K-유산을 향한 관심과 열기가 세계유산 보존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유산위는 무력 분쟁, 개발 압력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세계유산을 지키고자 기존 5가지 전략 목표(신뢰성·보존·역량 강화·소통·공동체)에 ‘협력’을 더한 ‘부산 선언’을 발표했다. 문화의 힘으로 국제사회 연대·협력을 이끌어 인류유산을 지키고 평화를 누리자는 결의다. K-컬처 파워를 한창 입증하는 우리나라가 이 사명의 중심 국가가 됐음을 의미한다. 김구 선생의 뜻이 부산 선언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며 빛나는 순간이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