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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매거진 ‘집앞목욕탕’ 발행인
  •  |   입력 : 2026-07-19 18:48: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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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에스콘필드 홋카이도에서 사우나와 온천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돔구장 안에 사우나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일본 ‘에스콘필드 홋카이도’로 향했다. 이곳을 연고로 하는 니혼햄 파이터스는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를 배출한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지금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것은 스타 선수만이 아니다. 구단은 2023년, 삿포로돔을 떠나 인구 6만 명의 소도시 기타히로시마시로 홈구장을 과감히 이전했다.

전통 가옥 양식인 ‘갓쇼즈쿠리(合掌造り)’를 모티브로 한 개폐식 돔구장은 폭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거대한 유리벽은 외부의 숲과 하늘을 경기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핵심은 외관이 아니다. 야구장과 호텔 온천 사우나 양조장 레스토랑이 연결된 ‘홋카이도 볼파크 F빌리지’라는 대안 도시를 창조했다는 데 있다. 덕분에 경기가 없는 날에도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와 머물고 소비한다.

개장 이듬해 방문객은 419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11만 명이 야구와 상관없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러 온 이들이었다. 에스콘필드의 2024년 매출은 약 251억 엔(약 2200억 원), 사업 이익은 36억 엔에 달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과거의 스포츠 시설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던 기타히로시마의 지가는 올랐고 젊은 층도 유입됐다. 경기장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된 것이다. 이 성공은 돔구장을 크게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러야 할 이유를 정교하게 기획한 덕분이다.

외야에는 온천과 사우나가 있다. 온천탕에선 푸른 잔디와 전광판이 한눈에 보이고, 사우나실 벽면은 실제 야구 배트로 마감해 위트를 더했다. 야구와 사우나, 수제 맥주가 결합한 스포츠와 휴식의 융합. 이곳에서 돈과 시간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승부 관람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좋은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부산은 롯데 자이언츠의 승패에 도시의 공기가 바뀌는 자타공인 ‘구도(球都)’다. 하지만 세계적 해양·관광도시를 자처하면서도 번듯한 돔구장 하나 없다. 우천 취소에 발길을 돌려야 하고, 폭염과 장마는 팬들의 열정을 시험에 들게 한다. 시민의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도시의 인프라는 그 뜨거움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은 북항 재개발이라는 도화지 위에 돔구장 건립을 논의 중이다. 산업 항만이 세계적인 친수 공간으로 거듭나는 역사의 전환점이다. 이제는 몇 석 규모인가라는 토목의 논리를 넘어, 그 안에서 어떤 ‘부산의 하루’를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브랜드적 물음에 답해야 한다.

마침, 북항 부지 밑에는 거대한 해수 온천이 흐르고 있다. 재개발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온천은 수질과 수량 모두 기준을 충족했으며, 미네랄 함량이 높아 복합 온천단지로도 손색없음이 증명됐다. 온천과 목욕은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은 물론 동네 목욕탕까지, 부산이 다져온 가장 솔직한 정체성이자 로컬리티다. 외래종 시설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부산의 땅이 품은 생명력이 돔구장이라는 현대적 무대와 조우 가능한 셈이다.

물론 과제는 있다.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을 위한 민자 유치 모델, 사직야구장 재건축 계획과의 유기적인 기능 분담, 그리고 구단 및 팬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을 채울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의 문제다.

북항의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해풍을 맞고, 온천탕에 몸을 녹이며 ‘부산 갈매기’를 부르는 풍경. 그것은 오직 부산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보적인 도시 브랜드의 미래다. 규모의 경쟁이 아닌 경험의 경쟁 시대, 부산 북항 돔구장이 단순한 야구장을 넘어 전 세계 여행자들이 버킷리스트에 올리는 ‘가장 부산다운 하루’의 종착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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