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성과급 갈등, 맹자 정도전이라면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 정당성

성과를 함께 일구어낸 공동체의 공감이 해법

정은정 부경역사연구소 연구원

  • 정은정 부경역사연구소 연구원
  •  |   입력 : 2026-07-15 18:25:3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끊이지 않는 초대형 기업의 성과급 논란은 해묵은 양극화 갈등과 분배 정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첫 도화선은 삼성전자의 노노 갈등에서 시작돼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중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과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는 구성원 사이 깊은 감정의 균열을 낳았다. 대기업 내부의 결속을 뒤흔드는 내부 해체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격차와 갈등은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박 자동차는 수백, 수천 개의 하청·기자재 기업과 소상공인이 촘촘하게 결합한 가치사슬(Value Chain)의 총합이다. 그런데 공동이 창출한 달콤한 과실을 최상단 특정 집단만이 점유한다면 전체 사회의 신뢰와 산업 생태계는 무너져 버린다. 내부 파열음은 대기업 울타리 안에만 가둬지진 않는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잉여의 전 구성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두 거장 맹자와 정도전은 어떤 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까. 2300여 년 전 맹자는 산림천택(산림과 하천 연못과 숲), 여민공지(민과 함께 나눔)를 주창했다. 산림은 나무 땔감 약재 숯 구황작물을 얻는 가용 공간이었다. 천택 바다는 어패류 소금 수산물을 생산하는 경제 기반이었다. 여민공지는 ‘거기서 나는 이익을 백성과 함께 나눠야 한다. 어떤 특정 권력이 공동체의 생존 기반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주자는 맹자의 뜻을 산림천택의 사용과 수익을 백성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맹자와 주자에게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니었다. 누가 차지하느냐보다 ‘누가 이용하고 누가 그 혜택을 누리는가’가 핵심이었다.

여민공지 여민동락은 고려의 정치 논리로 이어졌다. 인종 5년 조정은 산택의 이익은 백성과 함께한다고 선언했다. 충숙왕 역시 산림천택은 백성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권세가들의 사적 점유를 막고자 했다. 왕실과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원 상당이 여기에서 나왔다. 때문에 산림천택을 누가 이용할 것인가는 백성의 생계와 국가의 존폐와도 결부됐다. 고려 말에는 권세가들이 산림과 어장 염전을 사적으로 점유하면서 백성의 생업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조선 건국의 기틀을 다진 정도전은 공공 자원을 국가의 통제하에 묶어두고 소수의 사적 독점을 원천 차단했다.

맹자, 정도전은 “공동체의 존립 기반이자 생존의 토대가 되는 공공재를 특정 소수가 사유해서는 안 된다. 이익과 결실을 균등하게 향유해야 한다”는 사상적 공통분모를 공유했다. 두 사람의 방법론 사이에는 매우 정교하고도 전문적인 차이는 있다. 맹자가 제시한 여민공지는 위정자의 도덕적 각성과 자발적인 시혜적 분배를 촉구한다. 맹자에게 통치자는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탐욕을 절제하고 자원을 기꺼이 나누어야 한다. 맹자가 지배층의 부를 나누는 ‘도덕적 태도와 인식의 전환’을 역설했다면, 정도전은 제도적 틀을 짜서 독점의 기회 자체를 막는 ‘공적 시스템의 개혁’을 외친 것이다.

맹자와 정도전이 제기한 공유지 산림천택은 지금의 버전으로 초대형 글로벌 기업일 수 있겠다. 글로벌 기업이 성장하려면, 가장 먼저는 경영진 노동자의 몫이 크다. 여기에 많은 가치사슬이 얽혀있다. 국민이 혈세를 내어서야 만들 수 있던 교통망, 투자한 주주, 하청 노동자, 이를 떠받치는 수다한 산업 생태망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낼 수 있던 압도적 성과와 초과 이윤은 사회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지탱해 준 토대 위에서야 가능하다. 이를 망각한다면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나날이 커질 건 분명하다.

만약 맹자와 정도전이 살아 돌아온다면, 성과급 보상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를 뭐라 그럴까. 해법은 보상 그 자체의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보상이 결정되는 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 그리고 공동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대에 달려있다. 사회적 설명이 결여될 때, 수천만 원의 성과급은 공동체를 쪼개는 갈등의 불씨로 번져날 건 확실하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과 부울경 산업 현장의 아우성은 결국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동체가 함께 일구어낸 성과를, 과연 누구의 몫으로 정의하고 나눌 것인가.” 토건, 선박, 왕릉 조성에 쓰일 나무 한 그루 캘 때 공조·병조·예조의 국가 조직과 지역사회 수령과 향리, 민들의 노동력이 총동원됐다. 그 실재한 역사의 내력을 지금 헤아릴 때다.

대기업들은 공정한 보상 기준을 확립하는 내부적 과제를 넘어, 성과 공유 체계를 실질적으로 넓혀가는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 구조와 산업 전반의 양극화를 완화할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노동계 또한 정당한 권리를 외치는 것만큼이나 산업 생태계 전체를 살피는 공동체적 책임을 고심해야 할 거다. 맹자, 정도전의 사유가 조금이나마 윤활제 역할이길 기대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5. 5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10. 10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속보]李대통령, 사랑제일교회 향해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어”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9. 9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7. 7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8. 8[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백 개 대포통장으로 2700억 원대 불법자금 세탁 일당 무더기 검거
  10. 10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8. 8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