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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역대급 문화 기관장 공백을 바라보며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7-15 18:26:5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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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정명훈 지휘자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달 취임한 전재수 부산시장이 문화 분야 주요 자리에 대해 내린 첫 인사 결정이다. 클래식부산은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부산시 사업소로, 내년 9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홀 ‘부산콘서트홀’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정명훈의 명성에 기대어 지난해 6월 성공적으로 개관했다. 동시에 그가 2027년부터 이탈리아 명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을 맡기로 하면서 부산오페라하우스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높아졌다. 부산과 이탈리아를 오페라로 연결할 수 있는 매우 드물고 귀한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연임도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된 라 스칼라 공연 초청 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명훈 지휘자의 연임을 놓고 미묘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이 상황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전재수 시장과 정명훈 지휘자의 독대로 빠르게 문제가 풀리면서 부산시와 클래식부산 모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의 연임이 결정된 만큼 라 스칼라 공연은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모색하며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산 문화계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 문제가 떠올랐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역 문화계 주요 기관장 자리가 대거 비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에 따라 (재)부산문화회관·영화의전당·부산문화재단의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이미 수차례 예고됐던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부산시립예술단 예술감독(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극단)과 부산현대미술관 관장 등도 자리가 비면서 ‘역대급’ 기관장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국제신문 지난 3일 자 14면 보도).

시의 주요 인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시 출자·출연기관과 사업소 기관장 선임 절차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시 문화국장이 3개 기관 직무대리를 맡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을 비롯해 새로운 기관장이 선임될 때까지 최소 두 달 이상 문화계가 ‘올 스톱’ 상태가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방정부의 권력 교체 시점이라 민감한 문제임을 감안하더라도, 선거 전에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판단해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결정권자들의 책임 아닐까.

문제는 이제부터다. 시가 목표로 세운 기관장 선임 시기인 9월까지 문화계에서는 그야말로 치열한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선거 전부터 문화 분야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했고, 전재수 시장이 당선된 이후 ‘누가 어디 간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으로 시끄러웠다. 전재수 시장의 공약 중 문화예술 분야가 취약했고, 그의 취임 전 활동한 인수위원회에 문화예술쪽 인사가 눈에 띄게 적었기에 이런 소문은 빠르게 증폭됐다.

문화 분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전문가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세력화가 뚜렷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등 전문성보다 정치 색깔이 뚜렷한 이가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에 임명돼 거센 반발을 불렀고,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차기 단장이 결정되기도 전에 후보로 거론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이 바뀌면서 한동안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기관장을 포함한 주요 자리를 노린다거나, 전문성보단 인맥에 기대어 자리에 도전하려는 이들에 관한 얘기가 들린다.

모두가 만족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역 문화계가 중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는 만큼, ‘자리’에 만족하기보다 ‘부산 문화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삼은 이가 주요 자리에 앉길 바란다. 또 세력에 기대기보다 전문성 창의성 유연함 실행력 포용력 등의 능력을 갖춘 이가 기관장이 되길 바란다. 시장의 비전과 목표를 뒷받침하고 실행할 제대로 된 인사가 잘 배치되어야 ‘일 잘하는’ 민선 9기가 되지 않겠나.

김현주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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