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주말엔 작은 시장으로

최윤형 시선커뮤니케이션 대표

  • 최윤형 시선커뮤니케이션 대표
  •  |   입력 : 2026-07-14 19:14:2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주말이면 우리는 대형마트에 간다. 평일에는 클릭 한두 번이면 전국 곳곳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하루 만에 현관 앞에 놓인다. 계절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시대다. 덕분에 우리는 계절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먼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재료들은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을까.

우리는 빵은 먹지만 밀은 잘 모른다. 꿀은 좋아하지만 양봉가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제철 과일을 먹으면서도 그것이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떤 계절을 지나 우리 식탁에 왔는지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 도시의 먹거리는 점점 더 풍요로워졌지만, 이상하게도 생산지의 풍경에서는 멀어졌다.

요즘 작은 빵과 빵친구들을 소개하는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열리다 보니 익숙한 풍경이 하나 생겼다. 사람들이 빵을 집어 계산만 하고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빵에 들어간 밀은 어디서 온 거예요?”

“이 잼은 직접 만드신 건가요?”

“이 블루베리는 누가 키운 거예요?”

“이건 지금만 맛볼 수 있는 건가요?”

질문이 이어지면 판매자는 재료를 설명하고,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빵 한 덩이와 잼 한 병은 더 이상 음식만이 아니었다. 계절을 지나온 시간과 만든 사람의 손길을 전하고, 그 삶을 잠시 상상하게 하는 매개가 되었다. 그 작은 마켓은 어느새 생산자와 소비자가 안부를 주고받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농업과 어업 같은 1차 산업, 이를 가공하는 2차 산업, 그리고 체험과 서비스를 더하는 3차 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을 ‘6차 산업’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 작은 마켓 역시 6차 산업의 한 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몇 번의 마켓을 운영하며 내가 마주한 것은 산업의 구조보다 관계의 풍경이었다.

마켓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시 만나고, 도시와 농촌이 다시 연결된다. 잊고 지냈던 계절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상품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품고 판매된다. 거대한 유통 시스템이 효율을 만든다면, 작은 마켓은 관계를 만들어낸다.

대형 유통에서는 상품이 이동한다. 작은 마켓에서는 사람이 이동한다.

생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비자는 그 얼굴을 기억한다. 다음 달에도 다시 찾아오고, 계절이 바뀌면 또 안부를 묻는다. 그렇게 거래는 관계가 된다.

지난 마켓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한 손님이 한 판매자 앞에 멈춰 서서 말을 걸었다.

“지난 마켓에도 나오셨죠? 그 소스, 또 있어요? 너무 맛있어서 또 사고 싶더라고요.”

사장님은 웃으며 병 하나를 꺼냈고, 두 사람은 잘 알고 지낸 이웃처럼 반갑게 안부를 나누었다. 살펴보니 그들은 정말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작은 마켓에서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들.

아무리 유통이 더 효율적으로 되어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좋은 빵을 만든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그 빵을 건네는지, 왜 그 재료를 고집하는지, 올해 날씨가 밀 농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듣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그래서 도심 속 작은 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사가 아니다. 생산자를 다시 만나게 하는 장소이고, 소비를 경험으로 바꾸는 공간이며, 도시가 잊고 있던 계절과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작은 플랫폼이다.

지역의 미래가 더 많은 대형쇼핑몰과 더 큰 마트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며 빵을 사는 도시, 계절을 기다리는 도시, 생산자의 이름을 알고 먹거리를 선택하는 도시.

도시는 거대한 건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관계들로 완성된다. 관계를 통해 만나는 좋은 경험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도시는, 그렇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바뀐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6. 6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5. 5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5. 5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6. 6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7. 7[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