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새 부산시장께 바라는 ‘두 번째 책무’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  |   입력 : 2026-07-06 18:46:3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새벽녘 기장 고읍성(토성)의 맨발 걷기 길을 쓸며 빗자루 끝에 걸리는 흙모래의 무게를 느낀다. 시민의 무수한 발걸음이 다져놓은 이 단단한 길 위에서, 문득 최근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새 부산시장의 여정을 떠올렸다. 새로운 시정이 걸어갈 길 또한 이처럼 시민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여정이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취임 첫 주를 맞이할 새 시장에게 수많은 당부와 제언이 쏟아지겠지만, 필자는 다소 역설적으로 새 시장이 마주해야 할 ‘두 번째 책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경제학 원론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생산 주체인 기업의 제1 행동준칙은 명확하다. 바로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지점(MR=MC)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업 대표가 아무리 훌륭한 사회공헌과 자선사업을 펼치더라도,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뿐이다. 민선 지자체장 역시 마찬가지다. 시정의 ‘첫 번째 책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당장 시민들이 겪고 있는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고를 해결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불황,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얼어붙은 부산의 민생을 돌보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시정의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기업이 당장의 이윤에만 매몰되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재 투자에 소홀하다면 성장은 멈추고 만다. 시정도 일맥상통한다. 민선 시장이 당장의 민생안정과 눈앞의 표심을 달래는 일에만 매달린다면, 재임 기간 단기적인 인기는 누릴지언정 후세와 역사의 칭송을 받기는 어렵다. 당장의 결실에만 급급해 도시의 미래 지형을 바꿀 근본적인 투자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시장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필자가 ‘두 번째 책무’를 강조하는 반전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부산은 미래 비전의 측면에서는 북극항로 개척, 동북아 해양수도, 세계 2위 환적항, 외국인 관광객 500만 시대라는 부푼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 인구 유출 심화와 지역 경기 침체라는 현실은 여전히 냉랭한 아궁이와 같다. 구들목을 데울 장작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아궁이 불을 지필 불쏘시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범용인공지능(AGI)이 촉발할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 속에서, 필자는 그 결정적 불쏘시개가 당장 시장 직할의 ‘AI 통합 관제 센터’ 설치라고 확신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새 부산시장이 AI의 중요성을 인식해 ‘AI 미래혁신국’을 신설하기로 개편안을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조직 신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작동시키는가에 대한 디테일에 있다. 새로 구축될 관제 센터의 핵심 임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부산시 지능의 흐름을 조율하고 지역 산업의 ‘버티컬 데이터셋(Vertical Dataset)’이 안전하게 흐르도록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데이터 주권을 지켜내는 핵심 앵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두루뭉술한 청년 인재 정책이나 아날로그식 토목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더는 인구 소멸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부산이 가진 해양 물류 관광 등의 고유한 데이터 자산을 지능화해 지역 산업에 기술적 사다리를 놓아줄 때, 비로소 청년들이 머무는 혁신 생태계가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새 시장이 임기 초단기에 단행해야 할 확실한 불쏘시개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인 두 번째 책무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했다. 시민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삶의 터전이라는 항산을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책무라면, 미래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심어주어 부산을 지키고 사랑하게 만드는 항심을 일구는 것은 두 번째 책무다.

새 부산시장이 당장의 민생안정이라는 첫 번째 책무를 단단히 디딤돌 삼아 도시의 체질을 바꿀 두 번째 책무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 주기를 기대한다. 화려한 취임사 너머 후세가 기억할 진정한 시정의 가치는 바로 그 불쏘시개를 지피는 디테일에 달려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