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이 한국을 발칵 뒤집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호된 뭇매를 맞은 것이다. 광주를 짓밟은 계엄군이 떠오르는 표현을 5·18 당일 굳이 써야 했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책상에 탁’ 홍보문구도 사용돼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거대한 공분으로 항의와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스타벅스 코리아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말해 ‘대국민 훈계문’이냐는 눈총을 받았다. 그럼에도 충전금액을 제한적이나마 환불했고, 특히 지난달 22일엔 전국 매장이 오후 3시에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역사의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교육을 진행하는 등 후속 조처가 이어지면서 스타벅스를 향한 사회적 비난은 점차 ‘묻히는’ 모양새였다.
겨우 수습 중이던 스타벅스 사태가 최근 고교야구 대회에서 ‘파묘’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 중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응원가를 외쳐 파문이 확산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케 하는 명백한 조롱성 구호였다. 배재고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한편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지만 광주일고 측이 거부하는 등 논란은 일파만파 번진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의 몰수패와 전국 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스포츠에서 지역 비하, 인종 차별,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것은 스포츠가 가진 공정한 경쟁(정신)을 해치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온라인을 떠도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식’ 지역 비하와 혐오 표현이 청소년 사이에서 문제의식 없이 놀이문화로 소비되면서, 결국 응원가 사태와 같은 파문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교육현장이 이번 사안을 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역사 왜곡과 극우 성향의 혐오 놀이를 근절하고, 사회적 책임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린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