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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   입력 : 2026-06-28 19:47: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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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전역의 소규모 도멘 와인을 폭넓게 소개하는 대표적 와인셀렉션 공간 Marche aux Vins.
국내 와인 시장은 수많은 수입사와 생산자, 그리고 현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영업 담당자들의 노력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중소 와인 수입사들은 오랜 시간 독창적인 와인을 발굴하고 생산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을 개척해 왔다.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중소 수입사가 오랫동안 발굴하고 육성해 온 와인을 직접 수입해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과 브랜드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중소 수입사와 협력해 그들의 와인을 유통망에 소개하는 방식이 훨씬 지속 가능하며 사회적 가치 또한 높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지 않는다. 기업의 가치와 철학까지 함께 소비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소비자는 그 기업을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기업’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강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대기업이 중소 수입사의 와인을 유통망에서 소개할 경우 소비자는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인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은 자체 수입 상품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유통 채널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건강성이다. 특정 기업이 시장의 성과를 독점하기보다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때 산업 전체의 혁신과 다양성은 더욱 확대된다. 특히 와인 산업은 생산자 수입사 유통사 레스토랑 소비자 간의 신뢰와 스토리가 중요한 시장이다. 따라서 중소 와인 수입사와의 협력은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장기적 성장을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까지 고려하는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상품을 직접 대체하기보다, 중소기업이 발굴한 우수한 제품을 대기업의 유통 역량으로 소비자에게 소개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 역시 중소 와인 수입사와 협력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며 그들이 발굴한 우수한 와인을 소비자에게 소개한다면, ESG의 ‘S(Social)’ 부문을 대표하는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얻는 데 있다.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브랜드와 상품을 자사 채널에서 함께 성장시키는 전략은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 브랜드 가치와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성숙한 경영 방식이다. 와인 산업 역시 좋은 와인을 독점하는 기업보다 좋은 와인을 발굴하고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기업이 더 큰 존경과 소비자 지지를 받는다. 와인 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생산자와 신뢰를 쌓아온 중소 수입사의 전문성과 대기업의 유통 역량이 결합될 때 소비자는 더 좋은 와인을 만나고 시장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이것이 상생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시너지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규모를 존경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존경하는 것은 공정함의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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