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수산칼럼] 호르무즈가 K-조선에 남긴 숙제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장
  •  |   입력 : 2026-06-28 19:42:2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계 에너지 수송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지난 2월 말 봉쇄되면서 우리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들이 해협 안쪽에 발이 묶였다. 6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한 뒤에도 선박들은 통항 절차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을 뿐, 전쟁이 멈췄다고 해서 바닷길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도 항로가 닫히는 순간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한 창고로 전락하고, 촘촘하게 짜인 공급망마저 멈춰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됐다.

호르무즈 사태는 항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고, 북극항로 같은 새로운 항로 개척의 당위성을 상기시켰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도 선박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어떤 산업 기반을 갖춰야 하는가 라는 질문도 남겼다. 그동안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선주가 요구하는 선박을 적은 비용으로 적기에 제공하는 데 맞춰져 있었고 이러한 경제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문제는 앞으로도 중요한 선박 성능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호르무즈 사태는 보여준다. 장기간 항로통제와 통신장애, 위성항법 교란, 화재와 침수 등 복합적 위험 속에서도 선박이 핵심 기능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과 사고나 공격을 겪은 뒤에도 운항 기능을 신속히 되살리는 회복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스마트 선박,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능들이 이러한 회복력을 이끄는 중요한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회복력은 개별 선박의 성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LNG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국가 공급망을 온전히 유지하려면 중형 유조선과 소형 컨테이너선, 다목적선 등과 함께 예인선과 방제선 같은 특수선까지 두루 확보돼 있어야 한다. 이 선박들은 수익성은 낮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에너지와 원자재를 실어 나르고 국민의 생활을 지켜내는 전략자산이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회복력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중소조선과 기자재 산업이 굳건한 생태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고, 선박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관련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선박은 인도된 뒤에도 수십 년 동안 세계의 바다를 누빈다. 선박의 운항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긴급 수리, 항해·통신장비의 보강과 예비품 공급이 지체 없이 이뤄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국내외 서비스 거점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제 조선산업은 선박을 건조하여 인도하는 산업에서 선박의 일생을 책임지는 전주기 서비스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K-조선 미래비전’에서 자원·에너지 관련 선박의 공공부문 우선 국내 발주 방안을 구체화하고, 향후 5년간 최대 5250억 원을 투입해 LNG운반선과 암모니아선, 수소운반선 등 7개 선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산업을 미래의 지속가능한 주력산업으로 중점 관리하면서 필수 선박의 국내 생산 역량을 산업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 발주가 일회성 수요 진작에 그치지 않고 국내 조선산업의 안정적 생산 기반과 기자재 국산화, MRO 역량 강화로 이어지도록 조선소와 해운사, 항만과 정비업체를 하나의 국가 공급망으로 탄탄하게 엮어 내는 장기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해양 군사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군함 건조를 요청하고 있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미 항공모함이 세탁실 화재와 화장실 배관 문제로 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어 수리에 들어갔다. 조선산업의 회복력은 선박의 화려한 외형에 있지 않다.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기반 시설 확보와 충분한 물자를 적기에 공급할 운송 능력에 달려 있다.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미국의 조선산업이 회복력을 상실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보며 우리 조선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4. 4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