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얼굴에 담긴 이야기 <12> 운과 환경

  • 김태연 동명대 동양문화학과 겸임교수
  •  |   입력 : 2026-06-19 08:57:42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다른 얼굴로 드러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도 어떤 직책이나 자리를 맡는 순간 눈빛이 달라진다. 갑자기 솔선수범하고, 판단은 날카로워지며, 이전보다 총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본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새로운 위치가 부여한 역할과 기대가 잠재돼 있던 역량을 자연스럽게 끌어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놓인 환경과 삶의 조건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를 가늠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 지혜가 사주(四柱)다.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의 기운(氣運)을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을 문자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를 해석할 때는 무형의 기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해석은 완벽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까닭에 사주명리학을, 명(命)을 추론한다는 뜻으로 추명학(推命學)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확률적인 방향성과 변화의 폭을 가늠하는 일이지, 확정된 미래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지나온 삶이 사주의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되다 보니, 마치 미래가 정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처럼 사주는 개인의 타고난 ‘바탕적 기운’을 보여주지만, 인생은 그 위에 수많은 환경 요인이 얽혀 하나의 결과로 귀결된다. 사주와 관상을 비롯한 현실적 변수들이 주어진 환경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주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운명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사주를 활용한다는 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의 맥락 속에서 다가오는 기운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 맞추어 언제 나아가고 언제 물러날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운을 더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타고난 사주가 현실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피기 위해 관상(觀相)을 함께 보아야 한다. 사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지도라면, 관상은 그것이 지상에 구현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사주라도 신체 조건과 기운의 상태에 따라 삶의 전개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相)의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기회를 붙잡는 과정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상이 좋다는 것은 타고난 팔자의 흐름이 실제 삶에서 한결 수월하게 풀린다는 의미이다.

다만 지도와 건축물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무대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사주와 관상의 잠재력이 발현되는 양상은 현실의 무대에 달려 있다. 그 무대가 요구하는 삶의 수준과 규범, 기대되는 역할에 따라 노력의 밀도와 방향 역시 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둘러싼 인연들의 지위와 가치관을 흡수하며,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게 된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의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사람은 의지로 환경을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환경이 사고의 범위를 먼저 규정한다.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어떤 선택지가 보이는지 자체가 이미 환경의 산물이다. 환경은 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한계를 결정한다.

운(運)은 사주와 관상,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환경 속에서 맞물려 빚어내는 흐름이다. 운이 좋아질 때는 만나는 사람도, 머무는 자리도 알게 모르게 달라진다. 환경의 변화는 운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지금 운이 풀리지 않고 있다면 이 원리를 거꾸로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변화시킨 환경이 잠재된 기운을 자연스럽게 깨워줄지도 모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3. 3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6. 6‘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7. 7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8. 8[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10. 10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6. 6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7. 7“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8. 8[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9. 9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10. 10“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7. 7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8. 8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9. 9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10. 10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