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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의혹이 양파 껍질 까듯 날로 늘어난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를 부실 관리와 도덕적 해이를 넘어 위법적인 사안까지 나온다. 부산에서 사용할 투표용지를 경기도 성남의 업체가 인쇄하고 이마저도 수의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몰디브와 이탈리아 피렌체 등 신혼여행 코스의 직원 연수도 모자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행해 혈세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지역에서 1, 2위 후보 간 사전투표 득표수가 동일한 ‘쌍둥이 득표’도 애초 14곳에서 869곳으로 증가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늪이다. 여야가 18일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진실 규명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지 않다. 이미 드러난 사안만으로도 국조가 아닌 강제수사의 영역에 들어왔다. 특별검사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271개 선관위는 35개 인쇄업체와 총 82억 원의 투표용지 인쇄 계약을 모두 수의계약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5000만 원 초과하는 계약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명시한다. 의혹은 꼬리를 문다. 대구시선관위는 장당 25원이지만 강원도선관위는 그 3배인 장당 75원에 계약했다. 특정업체 몰아주기 정황도 의심된다. 부산시선관위는 300㎞ 떨어진 경기 성남 소재 업체에 인쇄를 맡겼다. 배송비로만 580만 원을 지급했다. 경남도·울산시선관위도 경기 안양시와 충남 천안시 등 2곳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재임 중 덴마크 등 3차례 해외 출장을 가면서 매번 나랏돈으로 배우자를 동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50%로 줄인다는 지침 변경안이 정작 중앙선관위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노 전 위원장은 부부동반 출장이나 다니는 ‘얼굴 마담’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덕적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의 각종 비위에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하면서 특혜 채용에 이어 ‘가족 회사’의 면모를 보였다. 최근 온라인에 공유된 2017년에서 2021년까지 내부 징계 자료에서는 몰래촬영 공연음란죄 특수절도 성매매 알선 등 강력 범죄에 대해 경고나 견책 같은 경징계가 내려졌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조 계획서를 채택하고 45일 간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국조는 진상규명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단순 실수와 의도를 가려내는 본질이 사라지고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우려도 크다. 선관위가 자체 구성한 진상규명위는 ‘쌍둥이 득표’를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쌍둥이 득표, 인쇄 수의계약, 투표용지 비율 축소, 뒤바뀐 득표수 입력, 외유성 출장 등 각종 의혹이 선관위 직원의 증언만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특검을 통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거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