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만 보면 한국은 작고 쪼그라드는 느낌이 드는 나라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국이 가진 자산을 살펴보면 생각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생각보다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대체 불가 자산을 많이 가진 나라다.
첫 번째가 기술 자산이다. 한국이 보유한 첨단 제조 기술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이 아니다. 전통 강대국들도 한국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비대칭 자산이다. 한국의 메모리 기술은 세계의 인공지능(AI)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조선업은 글로벌 해양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방위 산업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의 무기를 사기 위해 많은 나라가 줄을 서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가 없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 로봇이 4시간 이상 일을 하려면 현재로서는 한국산 배터리 이외 대안이 없다.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생태계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센터 구축 기술, 대용량 전기 공급을 위한 초대형 변압기 기술,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최고급 가스 터빈 기술, 대량의 전기를 흐르게 만드는 고급 전선 기술, 이 모든 것을 한국이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기업 총수들과 삼겹살 파티를 했다. 이 바쁜 사람이 놀러 온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보적 성장 역사도 큰 자원이다. 지금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국가들은 서방의 ‘도덕적 훈계’와 중국의 ‘경제적 예속화’ 사이에서 갈등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이들에게 70년도 채 안 돼 글로벌 최빈국에서 최상위 선진국으로 변한 한국은 한 줄기 빛이다. 이 독보적인 서사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도가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미국도 껄끄럽고 중국도 부담스러운 상태에서 가난을 탈피하려는 인도에 한국은 너무나도 좋은 파트너다. 남미에서도 한국은 같이 하고 싶은 나라다.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대규모 투자를 장려하는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의 첫 수혜 대상으로 포스코의 리튬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페루는 지상·해상 장비를 망라하는 방위 산업 전반에서 한국과 국가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브라질도 한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여기며 바이오, 제약, 우주, 문화 산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소프트 파워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자산이다. K-컬처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과 다른 나라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다. 멕시코가 좋은 예다. 사실 한국과 멕시코는 외교적, 그리고 산업적 협력이 단단하지 못했다. 멕시코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리고 미국의 견제가 느슨했던 시절 멕시코는 중국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여기며 밀착했지만, 한국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멕시코에 대한 압박도 작용했지만, 이제 멕시코는 한국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이 배경에 멕시코인들의 한국 문화 사랑이 있다.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의 MZ세대를 위해 BTS의 멕시코 공연 횟수를 늘려 달라고 요청한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다른 나라도 유사하다. 사우디는 대규모 K-팝 콘서트를 수도 리야드에 유치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을 형제 국가로 부르고 있다. 이 나라에 퍼진 K-컬처가 한몫했다.
한국의 지정학도 자산이 되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중반까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강대국들의 놀이터였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쥔 지정학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고 있다. 이 전략에서 한국이 빠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도 한국을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 이 나라는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지나치게 밀착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의 눈치도 보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2016년의 사드(THAAD) 사태와 같은 일을 함부로 벌이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한국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미국으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최근 더 높아졌다. 이번 이란전쟁으로 뜻하지 않게 한국이 에너지 공급의 아시아 허브 국가로 도약했다. 한국은 중동의 중질유를 정제해 에너지를 수출하는 국가다. 예로, 전 세계 항공류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이런 위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다가 이란전쟁으로 항공유 부족 사태가 터지자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나라가 한국에 항공유 공급을 간청했다. 이것을 알게 된 UAE가 한국의 유휴 석유 저장 시설을 이용한 국제 공동 비축 사업을 더 확대하자고 요청했다. 요약해보자. 한국은 자원 빈국으로 가진 것이 없는 나라로 인식됐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진 것이 많다. 이것을 잘 활용하는 국민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