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해양수도 부산’을 약속했다.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산업과 정책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시민도 그 약속에 소중한 한 표로 지지를 표시했다. 무엇보다 그 약속은 단순한 지역 개발 공약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마침 정부 역시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을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부산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해양수도 구상이 어느 때보다 현실에 가까워진 것이다. 새 시장에게는 기회이자 책임이 동시에 주어졌다. 수십 년 동안 바라온 변화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시민의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은 늘 해양도시였다. 국내 최대 항만이 있고 조선과 물류, 수산업이 집적돼 있다. 그러나 해양도시와 해양수도는 다른 이야기다. 해양도시가 바다를 품은 도시라면 해양수도는 국가의 해양정책과 산업을 이끄는 도시다. 해양 관련 기관과 기업, 연구개발 기능과 금융이 모이고 국가 전략이 설계되는 곳이어야 한다. 부산은 늘 국가 해양산업의 심장이었지만 머리는 아니었다. 진정한 해양수도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 이전은 단순히 정부 부처 하나가 옮겨온 것이 아니다. 부산이 해양산업의 현장을 넘어 해양정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정부의 남부권 해양수도권 구상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국가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전략 속에서 부산이 중심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새 시장에게도 임기 동안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해양수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부산을 글로벌 해양도시로 키우겠다고 했다. 이제 시민은 그 말의 무게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비전은 이미 충분히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이다. 시민이 궁금한 것은 더 이상 청사진이 아니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 해양금융 육성, 해사법원 설립, 해양디지털 산업 육성은 따로 떨어진 사업이 아니다. 해양수도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묶여야 한다. 특히 해수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후속 전략 마련은 새 시장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과제다. 관련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 연구개발 기능 집적,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길을 열어준다고 해서 해양수도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가 준비하지 못하면 기회는 흘러가고 만다.
새 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중앙정부와의 원활한 소통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과다. 청년들이 부산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기업이 부산에 투자하며, 인재가 부산으로 모이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해양수도가 시민 삶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 당선인은 누구보다 부산의 현실을 잘 아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시민의 기대도 크다. 해양수도 부산은 어느 한 기관이나 한 사업으로 완성될 수 없다. 시가 중심을 잡고 정부 기업 대학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어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새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와 추진력, 그리고 긴 안목이다.
새 시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러나 부산 앞에 놓인 기회는 훨씬 긴 시간의 의미를 갖는다. 수십 년 동안 바라던 해양수도 구상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시기다. 어쩌면 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시장 한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라 해양수도의 선장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배는 항구에 묶여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안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해양수도라는 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부산 앞에는 오랜 세월 기다려온 순풍이 분다. 그 항로를 열어야 할 책임은 이제 전 당선인의 몫이다.
이병욱 해양수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