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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가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입장을 밝히는 모습. 국제신문DB |
형제복지원과 영화숙·재생원, 덕성원 등 ‘부랑인 정화’ 미명 아래 자행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특별법이 입법을 앞둔 가운데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동아대에서 집단수용시설 피해 배·보상 법안 의견 경청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집중적으로 나온 피해자의 요구는 ‘호적’ 관련이었다. 피해자 상당수가 고아이거나 어린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수용됐기에 가장 기본적인 가족관계조차 정리되지 않아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자기 뿌리를 몰라 시설장 성씨를 쓰거나 별명을 이름으로 쓰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집단수용시설 피해 회복을 다룬 특별법은 현재 3건이 발의된 상태다. 작년 11월 이훈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특별법안’과 올해 3월 각각 남인순 김예지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단수용시설 등 인권침해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안’, ‘집단수용시설 등 인권침해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에 계류 중으로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별도 소송 없이 신속히 배상되도록 하고, 보상금 신탁·임시지급 같은 재산관리 장치를 두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입법이 완료되면 피해자 구제와 명예회복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나, 피해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족관계 정리 지원 규정은 어느 법안에도 포함되지 않아 추가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개인이 법원에 찾아가 해결해야 했던 가족관계 정정 업무를 국무총리 소속 심의위원회가 대신해 주도록 한 제주 4·3 사건 특별법은 참고할 만하다. 당시 연좌제를 피하고자 허위로 호적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 등 서류상 증명이 여의치 않았는데,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부과된 과도한 입증 책임을 국가(심의위)가 대행하게 길을 터준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와 유족이 복잡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발의된 특별법안들은 병합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가 ‘내 이름’을 찾는 근본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심의 과정에서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하겠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집단수용시설에서 사회 정화 명목으로 대규모 인권유린 사태가 빚어졌다. 국가의 관리감독으로 운영된 이들 사회복지기관은 무고한 시민을 납치·감금하고 폭행과 강제노역을 일삼아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냈다.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는 지난 두 차례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를 통해 국가가 주도하거나 방조한 국가폭력 사건으로 인정된 바 있다. 때마침 국가폭력 실태를 규명하는 3기 진화위가 지난 2월 말 출범했다. 국회에 상정된 이들 법안이 진화위 활동과 보폭을 함께하며 미비점을 개선, 신속히 처리돼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구제의 명백하고 실질적인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