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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AI 산업 활황에 힘 입은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이익에 대한 분배 논란이 인다.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사람의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소득 공백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초과이익 국민배당금’ 발언은 이런 논의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가 침체되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분배는 첨예한 갈등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부의 재분배는 세금과 국가 재정이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공공 인프라와 사회 서비스 형태로 적정하게 구현되어야 한다.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은 미시적이고 포퓰리즘적 주장에 불과하다.
김 실장은 지난 12일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며 국민배당금을 언급했는데 파장이 컸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급락했고, 외신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룰 만큼 파급력이 컸다. 비판이 일자 김 실장은 기업의 초과세수를 말한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다. 김 실장의 발언은 법인세가 아닌 ‘횡재세’ 명목으로 기업 이익을 거둬 들여 국민배당이라는 현금성 지원을 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법인세 초과세수를 활용한 고유가 민생지원금이 다 지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국민배당금 이야기를 띄우는 것은 6·3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의심된다.
김 실장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도 있다. 오늘날 반도체 산업이 있기까지 국가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기업은 반대급부로 고용을 창출하고 법인세로 내며 경제를 이끈다. 때문에 영업이익의 사용처는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시장질서에 부합한다. 연구·개발(R&D), 신사업 개발, 주주 배당 등이 선순환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업 이익을 국가가 세금 외의 형태로 거둬들여서는 안된다.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초과세수 역시 현금성 지원이 아닌 국가 부채를 줄이거나 공공 인프라 투자 등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하이 펜스(high fence)가 둘러쳐진 스몰 야드(small yard)’다. 진입 장벽이 높고 그 안에서 경쟁이 치열한 전쟁터다. 막대한 R&D 투자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을 맞고 있지만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위기가 언급된 것이 불과 5, 6년 전이다.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우리 경제와 증시는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에 메가톤급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씨앗을 나눠 갖자는 주장은 위험하다. 국가 재산인 북해 유전의 이익을 기반으로 한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반도체 산업의 이익은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