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세계사적 변화를 추동해 왔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방중은 미중 관계 정상화와 데탕트의 시발점이 됐다. 사실상 냉전 체제를 무너뜨린 첫 번째 강력한 균열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마오쩌둥 주석과 회담한 후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확인하면서, 대만 및 동남아로부터 궁극적으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미중 데탕트로 한반도 역시 긴장 완화 압박을 받았고, 남북한 모두 생존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화가 필요해졌다. 닉슨의 중국 방문 직후 남북한은 11차례의 비밀 접촉을 통해 통일 원칙에 합의하고, 1972년 7월 4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전쟁으로 골육상쟁의 비극을 겪은 지 20여 년 만에 벌어진 상황이라 냉전적 대결 의식에 젖어있던 대부분의 국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외세의 간섭이나 무력행사 없이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하고 사상·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는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통일 원칙에 합의한 것은 미중 데탕트만큼이나 놀라운 성과였다.
분단 이후 처음 통일 원칙에 합의한 7·4 공동성명은 그러나 남한의 유신 체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 제정 등 이후 남북한 내부 통치 체제 강화에 활용돼, 진정한 평화 정착보다는 일시적 긴장 완화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미중 관계 정상화의 시발점이었으며, 이 국제적 변화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7·4 남북 공동성명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1998년 6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중은 천안문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를 정상화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핵심 동력이 됐다. 클린턴 정부는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햇볕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는데,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미·중 3국 간의 대(對)북한 공조 체제가 강화됐고, 이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중 당시 장쩌민 주석과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고, 이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4자(남·북·미·중) 회담 추진이 속도를 냈다. 미중 관계의 훈풍은 1999년 ‘페리 프로세스(대북 포용 정책 보고서)’의 기반이 됐는데, 즉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완화라는 기브앤테이크(Give-and-take)식 해법이 이 시기 본격화했다.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동반한 클린턴 대통령의 방중은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지역 경제 안정을 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미중 협력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간접적 도움도 줬다. 요약하자면, 클린턴 대통령의 방중은 미중 간 ‘적대적 경쟁’을 ‘건설적 협력’으로 전환했으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안보 환경을 조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7년 11월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고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도록 공동 압박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자 한반도 정세는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2018년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면서 남북 관계가 빠르게 해빙됐고, 같은 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했다. 5월과 9월에도 정상회담이 이어졌고,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이후 비핵화 협상은 소강상태에 빠졌으며,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로는 처음 13~15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란 전쟁, 대만 문제, 무역 분쟁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2017년의 방중이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 유도였다면, 이번 방중은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다시 재조정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도 주목된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방중 일정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라는 단서를 붙여 극적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