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청렴 이미지를 앞세워 초반 독주했다. 정원식 민주자유당 후보와 경제부총리 출신 조순 민주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다. 투표를 열흘 앞두고 반전의 서막이 올랐다. 박 후보가 유신헌법을 찬양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많은 유권자들은 “정보기관이 자신의 명의를 빌려 기고했다”는 박 후보 해명을 믿지 않았다. 15% 이상 앞서던 박 후보는 결국 33.51%의 득표율로 42.35%를 얻은 조 후보에게 패했다. “유신 글을 썼다고 사과하면 됐을 일을 잡아떼다가 폭망했다”는 것이 조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이던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회고다.
누구나 거짓말은 한다. 그래도 정치인의 거짓말은 무게가 다르다. ‘속임수의 심리학’ 저자 파멜라 마이어는 ‘사람들은 특히 공인의 거짓말에 더 큰 충격과 분노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4년 8월 하야한 직접적인 이유도 도청이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논란에 휩싸였다. 방미 기간에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고 했는데 실제는 ‘차관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비판이 커지자 장 대표는 “‘차관보급’이라고 한 걸 (실무자가) 표기하면서 (‘차관보’로 표기하는) 착오가 있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지난 25일엔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방미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만난 사람은 “분명 차관보, 혹은 그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대변인의 간접 사과조차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민심은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27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지난 23~24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 대상)에서 국민의힘은 30.7%로 더불어민주당 51.3%에 뒤졌다. 장 대표의 방미 논란과 공천 갈등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리얼미터는 분석했다.(무선 자동응답·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방선거 후보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단장’(단절 장동혁)의 길을 걷는 후보까지 나왔다. 3파전 양상인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국민의힘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장 대표와 대척점에 선 한동훈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듯한 장 대표는 계속 버티기 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