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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판 커진 북갑, 한동훈발 ‘나비효과’

국힘, 지선 판세 견인 기대감…민주, ‘보궐 무산설’경계심도

‘까르띠에 시계’ 이슈 재점화…시장선거 지지율 격차 줄어

  •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  |   입력 : 2026-04-20 18:40: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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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의 명장면 중 하나는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 일화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냈다는 이야기다. 제갈량이 죽었다는 정보를 들은 사마의는 군사를 일으켜 촉 정벌에 나섰다가 저 멀리 수레에 앉아 있는, 이미 죽은 제갈공명을 보고는 ‘계략에 빠졌구나’하고 탄식하며 군사를 물렸다. 치열한 정보전의 사례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제갈량의 지략을 두려워했던 사마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지난 16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부산에 한동훈이 출마한다고 하지 않는가”라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해서 전략적으로 내년 4월 보궐선거를 당이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출마를 막기 위해 보궐 선거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전재수 의원이 올해 재보선 지역구 확정 시한인 오는 3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보궐 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진다. 전 의원은 줄곧 시한 내에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당 지도부도 이런 주장에는 선을 긋는다.

북갑 보궐은 무소속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민주당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북갑 당협위원장 서병수 전 의원과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 등은 무공천을 통해 한 전 대표와 민주당 후보의 일 대 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전 대표를 축출한 당 지도부가 이런 요청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지도부의 징계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를 미룰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략적인 목적으로 예정된 선거를 무산시키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 것이고 이는 시장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갈등을 빚는 보수 후보 2명과 진보 후보 1명의 3자 구도가 되면 표 분산이 없는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중진이 지상파보다 파급력이 큰 친여 성향 유튜브에 나와 ‘선거를 미룰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은 ‘한동훈 나비효과’에 대한 경계심으로 읽힌다.

한 전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오히려 주목받는 것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시장과 민주당 전 의원이 맞붙는 부산시장 선거다.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이 전 의원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의 출마가 박 시장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한 전 대표의 출마 발표와 전 의원과의 ‘까르띠에 시계’ 설전이 있은 뒤 두 자리 수 격차였던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지지율은 일부 조사에서는 한 자리 수까지 좁혀졌다.

박 시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이 나오는 가운데 한 전 대표가 ‘바람’을 일으키면 박 시장이 정치적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선거가 전체 지선 판세를 견인한다는 측면에서 한 전 대표가 일으키는 바람이 박 시장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모든 후보에게도 훈풍이 될 수 있다. 장동혁 대표가 못하는 역할을 한 전 대표가 대신하는 셈이 된다. 3자 구도에서 표가 분산된 한 전 대표가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바닥을 기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감안하면 향후 전개될 과정을 예단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장동과 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파이터’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이번 보궐에서도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된 전 의원의 통일교 의혹을 고리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까르띠에 시계를 받았나, 안 받았나’를 두고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날선 설전을 이어간다. 국민의힘도 참전하면서 판이 커진다.

전 의원은 지난 17일 한 전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는 수사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어떠한 불법적인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도 같은 날 전 의원을 무고죄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맞고소했다. 그는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까르띠에를 받았다는, ‘범죄 현장의 지문 같은’ 증거가 나왔는데도 공소시효 지났다고 기소가 안됐다. 안 받았으면 안 받았다고 말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했다.

한 전 대표가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면 계엄 사태로 갈라진 보수층의 일정 수준 봉합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정치 복귀의 강력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향후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물론 차기 대선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았던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북갑을 제외한 17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당시 패했던 북갑을 한 전 대표가 후보로서 직접 탈환한다면 정치적 상징성과 위상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정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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