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천은 구봉산 자락에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을 거쳐 북항으로 빠져나가는 샛강인데, 이 글에서는 그 일부인 초량천 생태복원 1단계 구간인 부산역 근처 하나은행 건물~초량육거리 316m 구간을 일컫기로 한다. 요즘 초량천을 따라 걸을 때마다 어안이 벙벙하다. 허탈하고 화도 난다. 비록 이 동네 주민은 아니지만 지난 5, 6년 동안 꽤 자주 초량천 일대를 다니며 초량천 변천을 생생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초량천의 복개를 걷어내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1단계 구간 공사는 2015년 시작해 2021년 끝났다. 1단계 공사가 이뤄지던 그 긴 기간, 복개를 걷어내고 하천 물길을 내느라 온통 파헤친 작업 현장 사이로 불편을 무릅쓰고 ‘공사가 끝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돌아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초량천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또 파헤쳐 놓았다. 중장비가 천변에 내려와 공사를 또 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가 아닌 시민의 눈으로 보면 이 광경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2010년 설계하고, 2015년 착공해, 2021년 준공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현장에 2025년 6월 다시 생태 복원을 위한 공사를 시작하면서 중장비가 동원된 모습을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공사를 두 번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에서 이런 일은 이제 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지난 4~6일 부산에 비가 많이 내렸고, 개통한 지 두 달이 안 된 만덕~센텀 도시화고속도로(대심도)의 지하차도 진출입부 구간에서 지반 침하 사고가 일어났다. 내성지하차도와 수영강변지하차도 진출입부 여러 곳에서 도로 침하 현상이 나타났다. 이 사건에서도 ‘개통한 지 두 달이 안 됐다’는 사실에 부산 시민은 신경이 쓰인다. 언필칭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는 도시 부산에서 왠지 후진국형 사고의 느낌이 물씬 나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라 그렇다.
초량천 사례나 대심도 구간 지하차도 지반 침하 사고는 긴 시간에 걸쳐 공들여 완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자가 발견돼 또 공사를 해야 하는 점에서 후진국형 사고라 해도 할 말 없다.
요즘 ‘이래서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과 정보를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시대에 좀 더 사려 깊고, 과정과 준비에 충실하며, 자긍심을 중시하는 문화가 이 도시에 깃들기 바란다. 이번 대심도 구간 지하차도 지반 침하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성찰하는 도시 운영을 기대한다.
조봉권 문화체육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