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여름 성수기, 김장철이나 갑자기 물가가 오르는 등 특별한 시기가 되면 대형매장에서 자주 하는 행사가 있다. 농축산물 할인전이다. 평소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다양한 품목을 선보인다. 할인 폭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기도 한다. 전통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정해진 한도 내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서 좋고, 업계는 매출이 늘어나니 모두에게 이익인 셈이다.
그 밑바탕에는 정부의 노력이 깔려있다. 할인전을 진행하면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업계의 참여를 독려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도 만만찮다. 2025년에는 1580억 원이 투입됐다. 또 올해 설 연휴 때만 해도 농림축산식품부는 566억 원을 들여 성수품과 가격 상승 품목을 중심으로 최대 40% 할인전을 지원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는 5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행사 직전에 가격을 미리 올린 뒤 할인 판매, 정부 지원 할인율 미준수, 1인 할인 한도를 초과한 동일 구매자 반복 사용, 실제보다 판매량을 부풀린 뒤 정산 요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부산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할 ‘상시감시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과 힘을 합친 이 조직은 이달 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감시단은 가격 표시 적정 여부, 할인 적용 실태, 허위 할인 여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 뒤 부정이 드러나면 즉시 보고한다. 이어 농식품부는 지원금 회수, 차기 사업 참여 제한, 경찰에 수사 의뢰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은 민생 안정을 위해 귀중한 혈세를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상시감시단 가동과 함께 현 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핀 뒤 부정이 끼어들 틈을 애초부터 없애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상생하자는 선의를 왜곡한 채 보조금을 빼돌리는 행위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드는 대신 악덕 업체가 배를 채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