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 공천’을 주창한 국민의힘이 박형준 부산시장 컷오프(공천 배제)를 시도하려다 극렬한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경선으로 전환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권파가 앞세운 혁신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엉성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행태는 지선 승리보다는 이후 벌어질 당권 장악을 위한 ‘사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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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충북지사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17일 “부산시장 후보 선출을 경험과 혁신이 정정당당하게 맞붙는 경선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박 시장 컷오프 방침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과 주진우(해운대갑) 국회의원이 경선을 치러 후보를 결정하게 됐다. 전날 국민의힘 공관위 회의에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공관위원들은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주 의원을 단수 공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곽규택(서동) 서지영(동래) 의원 등이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하며 회의를 박차고 나가는 등 반발이 일었다. 컷오프 방침이 알려지자 박 시장도 ‘망나니 칼춤’이라고 공관위를 비판하고 부산 국회의원들도 경선을 주장했다.
공관위의 ‘현역 컷오프’ 시도는 친윤(친윤석열) 인사 공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관위는 현역 단체장 중 김영환 충북도시자를 컷오프한데 이어 박 시장 컷오프를 시도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6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4선 윤재옥 의원 등에 대한 컷오프 가능성도 관측된다. 현역이 컷오프된 자리에는 친윤 인사 공천설이 나온다. 충북도지사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 윤갑근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고, 대구시장 출마설이 도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이 위원장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 주 의원도 부산 의원 가운데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장동혁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가 지선 결과보다는 선거 이후 당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이번 지선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당 지도부가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공관위의 번복으로 박 시장과 주 의원의 경선은 성사됐다. 그러나 공천 파행으로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박 시장이 시장 후보로 최종적으로 선출되더라도 공천 파열음으로 현역 프리미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이는 것은 정치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 없이 현역 단체장의 컷오프를 밀어붙이는 것은 당 스스로가 ‘우리 후보는 경쟁력이 없다 ’는 사실을 공표하는 해당행위다. 이런 행태 뒤에는 ‘부산=보수 후보 당선’이라는 오만한 망상이 깔려 있다. 이번 시장 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