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한때 ‘현모양처’였다. 의외라 말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삶을 진지하게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려운 마음이다. 과연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코미디언 유튜버 ‘엔조이커플’ 영상을 통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정부는 출산율 하락을 걱정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일부 지자체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집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발표한다. 하지만 정작 산모가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와 응급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출산율은 올리자면서 산모를 받아줄 응급실조차 부족한 현실이 씁쓸하다. 이런 현실을 접할 때면 사회가 ‘아이를 낳아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낳기만 해봐라’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만 같다. 여성들이 무조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자고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아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은 출산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대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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