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사 관계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1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법은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2022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등을 계기로 필요성이 논의된 이 법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9월 국무회의 의결, 준비기간 6개월을 거쳤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재계는 물론이고 노조 측도 적잖이 파장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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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오토바이 등을 타고 퇴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근로자 권리를 신장하는데 분명 긍정적이다. 그동안 간접 고용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일을 하는 원청 근로자에 비해 임금 복지 안전보건 등에서 한참 낮은 대우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자신을 직접 채용한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고용 관계에 놓인 원청업체와 교섭력을 갖게 되면 지금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만드는 길이 열린다.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까지 상대할 경우 기업은 1년 내내 교섭 요구에 시달려야 한다는 재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행해 보자는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디테일의 불확실성에 있다.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다시 입법 예고한 대목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보다 상세한 내용이 담긴 해석 지침과 교섭절차 매뉴얼을 배포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법 적용과 해석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청 근로자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하청 근로자끼리 이해가 다르면 교섭 단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쟁의 요건은 무엇인지 등이 아직 불명확하다. 회사가 줄 수 있는 임금이나 복지 파이는 한정적이어서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대립하며 노사 못지 않은 노노 갈등 소지마저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갈등 상황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입법 전부터 하청 근로자의 원청 교섭 요구가 빗발치는 등 이미 현장은 전쟁전야다. 민주노총은 산하 지부별로 원청에 교섭 요구서를 발송했고 원청이 이를 거부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재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산업 특성상 하청업체나 협력업체가 많을 수밖에 없는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분야는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미국발 관세 전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어 가뜩이나 상황이 어렵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하면 그 파고도 맞아야 한다. 정부는 3개월 간의 집중 점검기간을 갖는다고 했다. 현장 혼란을 최소화 해 노사 상생을 꾀하는 한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면 보완 입법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