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어(比目魚)는 중국 당나라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전설의 물고기다. 태어날 때부터 눈 하나를 잃은 물고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처럼 한쪽 눈이 없는 물고기를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전설이다.
류시화의 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비목어를 소환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외눈박이 물고기는 한 쪽 세상만 본다. 다른 한쪽의 세상을 볼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시인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소재로 활용했지만, 사실 외눈박이 물고기 두 마리가 평생 붙어 다닌 것은 생존을 위해서다. 혼자서는 결핍을 채울 수도, 온전히 살아갈 수도 없다.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현 시장과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차기 부산시장직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부산에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벼르고, 국민의힘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꾀하겠다고 한다. 지금 상황을 보면 누가 되든 부산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두 사람의 행보는 외눈박이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부산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한 쪽만 보고 다른 쪽을 못 보거나, 애써 외면하는 리더십으로 부산을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박 시장은 올해 들어 SNS에 70건이 넘는 글을 올렸다. 매일 한 건 이상의 활발한 SNS 소통이다. 소재도 각종 부산 행사와 해외 출장 소회, 정부 비판 등 다양하다.
최근 박 시장의 관심은 부산 금융중심지 훼손에 대한 우려에 집중됐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 움직임에 대해 “금융경쟁력을 분산시켜 나눠먹기를 하는 역행적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국회를 찾아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과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추진 반대 입장을 전달한 소식도 전했다.
부산 금융중심지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돼 17년 쌓은 ‘공든 탑’이다. 이재명 정부서 흔들릴 것이라는 박 시장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 전주에 제3 금융중심지가 추가되면 갈 길 먼 부산 금융중심지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부산 본사’ 명시 없이 한국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도 부산 금융중심지 위상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박 시장의 SNS에서 이재명 정부가 주력하는 ‘해양수도 부산’에 대한 입장은 찾기 어렵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해양수산부를 어떻게 활용해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려는 것인지, HMM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해 시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반면, 민주당 유력 주자인 전 의원은 해양수산부 이전 성과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지난해 말 불거진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공개 활동을 자제하던 그가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15일. 이후 10건이 넘는 글을 SNS에 올렸고, 대부분 해양수산부 이전 성과와 관련 정책 홍보에 집중했다.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다짐, HMM 본사 부산 이전 등 해운사 유치, 해사법원 설립 등으로 SNS를 채웠다. 다른 현안들에는 침묵했다. 해양만 움켜쥐면 부산의 재도약이 가능한가. 다른 산업의 지원 없이 해양 산업이 홀로 발전할 수 있나. 그의 SNS에 이에 대한 답은 없다. 특히 부산 금융중심지가 이재명 정부에서 훼손될 우려가 커졌는데도 외면한다. 권역별로 N 분의 1의 역할을 하게 될 동남권투자공사설립으로 부산 금융중심지를 지탱할 수 없다.
금융 지원 없는 해양 산업 발전도, 산업 없는 금융 발전도 허상이다. 금융과 해양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사람이 정책조차도 편가르기로 일관하면 부산 미래는 암울하다.
외눈박이 물고기가 평생을 짝을 이뤄 산 것은 불완전성을 자각해서다. 그래서 온전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동행’을 선택했다. 자신과 반대편을 보는 또 다른 비목과 함께 살아가는 ‘불편한 동거’를 감수한 것이다. 한 쪽 눈만으로 부산을 보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뿐이다. 부산을 누가 이끌든 상대 진영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이를 감내하면서 발전을 이루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박태우 서울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