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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대한민국 주치의제도 도입 방안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6-01-29 19:17:3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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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경제·사회의 각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크다. 국가의료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근본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낭비적·비효율적 의료공급체계로 인해 공적 의료재정체계가 부실해지면서 의료 이용의 양적·질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그래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대다수가 의료제도의 패러다임을 사후적 입원과 집중 치료 중심에서 일차의료 주치의제도를 통한 사전적 건강증진·질병예방과 만성질환의 치료·관리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도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했다. 따라서 이제 제대로 된 주치의제도의 도입·시행을 위한 정치·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주치의제도의 필요성과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다.

먼저 주치의제도의 필요성은 다음의 여덟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헌법상의 권리인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둘째, 초고령사회의 복합 만성질환 관리에 매우 효과적이다. 셋째,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다. 넷째, 효과적·효율적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이다. 다섯째,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다. 여섯째, 지역·계층 간 건강 형평성 악화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 대책이다. 일곱째, 지역사회에서 비대면 진료의 올바른 활용과 활성화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덟째, 감염병 확산과 의료 대란 등의 위기 상황에서 대응력을 높여준다.

우리나라가 주치의제도를 도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주치의제도 참여 의사의 범위를 가정의로 국한하지 말고 모든 의사에게 개방하되, 사전 교육을 통한 자격 이수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둘째, 주치의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연간 등록·관리에 따른 ‘인두제 지불’과 주치의의 연간 성과 평가에 기반한 ‘성과 지불’ 방식을 기존 행위별수가제 위에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게이트키핑(Gatekeeping system)은 주치의 등록을 한 주민·환자들이 주치의 중심의 단계적 의료 이용을 의미하는 ‘조정된 의료 이용 경로’를 준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처음부터 법·행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재정적 유인을 통해 자발적 게이트키핑이 작동하게끔 하는 게 옳다. 넷째, 일차의료 주치의제도가 등록 주민·환자의 건강증진·질병예방과 만성질환의 치료·관리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치의와 여러 분야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협력·협업하는 체계가 지역사회에서 확립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주치의제도의 다학제 그룹 진료를 체계적으로 도입·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의료 취약 지역과 경제·사회적 취약 인구의 접근 형평성 제고를 위한 충분한 배려와 보상이 중요하다. 즉,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서 건강 취약 인구를 많이 진료하는 주치의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여섯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서 중앙정부 일변도의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일정한 책임과 역할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주치의의 활동에 대한 보상 방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선진국의 주치의제도를 참고해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는데, 다음의 두 가지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겠다. 하나는 ‘행위별수가제 + 인두제 정액 보상 + 연간 성과 평가에 따른 보상’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인두제 정액 보상 + 분기당 접촉 정액 보상’ 모델이다. 전자는 연간 등록 주민·환자의 수와 특성에 따른 ‘인두제 정액 보상’과 주치의의 연간 성과를 평가해서 공정하게 차등 보상하는 ‘성과 보상’을 기존 행위별수가제 위에 얹는 추가적 개혁 방안이다. 후자는 행위별수가제가 없는 본격적 주치의제도 모델로 특히 가정의에게 적합한 방식인데, 여기서 핵심은 ‘분기당 접촉 정액 보상’이다. 이는 행위별수가제의 장점을 가지도록 하면서도 주치의의 행위를 분기별 ‘기간’으로 묶어 보상하는 ‘분기당 묶음 지불’ 방식이다. 행위별수가제가 잘게 쪼개진 행위마다 미리 정해진 금액으로 보상하는 것이라면, ‘분기당 접촉 정액 보상’은 이것을 분기 단위로 묶어서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주치의제도를 도입할 때 위의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시행하고, 참여 의사들이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이럴 경우 단과 전문의들은 주로 전자를, 가정의들은 주로 후자를 선택할 개연성이 클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위기 상황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주치의제도의 조속한 도입 필요성을 고려해서 정부는 시범 사업을 2년 만에 끝낸 후 곧바로 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국민 공감대 확산과 정치·사회적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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