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노동부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면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재입법예고안의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원청기업과 하청노조 간 직접 교섭을 위한 ‘교섭 단위 분리 기준’을 구체화한 것과 노동위원회의 판단 기간을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오는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발표된 이번 수정안이 이제는 사회적 논란을 잠재우고 제도 정착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근거가 넘친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발표된 노동부의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41.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는 전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그 경향조차 점점 악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만이 아니라 복지와 안전보건의 격차 역시 심각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노동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2024년 말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사망자의 무려 63%가 하청노동자로 밝혀졌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를 증명하는 실증적 자료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할 필요성은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실질성을 담보하면서 혼란을 피하는 방법론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정부는 이번 재입법예고안에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이원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일반적인 노사관계에서는 교섭 창구 단일화 기조를 유지하되, 원·하청 간 교섭이 문제 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하청노동자의 ‘이해관계 공통성’과 ‘격차의 정도’를 우선 고려해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섭 창구 단일화만을 정한 최초안에 비하면, 하청노동자의 교섭할 권리를 상당 부분 확대한 안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변화는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의 결정 기간을 최대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기존 10일이라는 기간은 원청이 하청 업무에 대해 얼마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간 연장은 ‘졸속 판정’을 막고, 사용자성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준을 축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이 기간이 교섭을 지연시키는 경영계의 전략적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노동위원회의 엄정하고 신속한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중요한 원인인 하청노동자 문제는 일본과 유럽 등에서 먼저 고민했던 과제였다. 일본은 원청의 권한 범위 내에서만 교섭 의무를 지우는 ‘부분적 사용자성’ 모델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조율해 왔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산업별 교섭’과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제도를 통해 기업 담장 밖의 노동자들까지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의 이번 시행령은 기업별 교섭이라는 한국 특유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절차가 정교해질수록 ‘교섭의 사법화’가 심화될 우려도 크다. 모든 문제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게 되면 노사 간의 자율적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동법 본연의 정신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재입법에고안에 반발하는 주된 이유도 이 대목이다.
그러니 향후 제도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갈등의 ‘관리’가 아니라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의지이다. 자칫 절차의 안정성이 권리의 실질성을 압도한다면 노란봉투법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시 신기루가 될 것이다. 법문의 해석을 넘어, 원·하청이 공존할 수 있는 한국형 상생 모델에 대한 사회적 자본을 쌓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3월 10일 시행될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은 완결된 정답이 아니다. 주체들의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실험이다. 원청 노조는 하청노동자를 배제하는 ‘내부자’의 카르텔에서 벗어나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 하며, 원청 기업은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