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196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끌었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류와 무역이 숨 쉬었고, 사람과 자본의 흐름이 도시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광복 이후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들며, 원도심과 항만 주변은 ‘한국 산업현장의 핵심 도시’로 성장했다. 많은 청년이 꿈을 꾸고 삶의 터전을 닦았다. 그 시절 부산은 흔히 ‘대한민국의 제2 도시’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부산은 이전과는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부산의 인구는 3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15~39세 청년층은 85만7000명으로 전체의 26.9%에 그치며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활력의 원천인 청년층 감소는 도시의 노동력 혁신역량 문화소비 창업가능성 등 전방위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도시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 자체가 줄어드는 셈이다. 청년 인구 유출은 더욱 명확한 실태를 보여 준다. 2024년 부산의 순유출 인구는 약 1만3000여 명에 달했으며, 이 중 20·30대 비중이 절대적이다. 교육·취업·문화·소비 인프라 등 모든 기능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구조 속에서, 청년에게 부산은 살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지역 기업의 일자리 수준과 규모가 수도권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또 다른 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해외 관광객 등 부산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향해가고 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2025년 기준 301만9164명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산의 바다와 음식, 첨단과 과거가 공존하는 어울림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방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외국인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31.5% 증가한 데서 볼 수 있듯, 부산은 소비와 체류가 결합된 장기 방문형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평균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숙박 문화체험 지역소비 비중이 증가하는 흐름은, 관광을 넘어 도시의 경제적 외연을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부산이 세계인에게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니라 ‘오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변화에는 부산 고유의 강점이 반영돼 있다. 부산은 바다와 산, 항만과 도시가 공존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지형적 매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국제영화제, 국제모터쇼, e스포츠대회, 해양페스티벌까지 문화·콘텐츠 자원이 결합해 글로벌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단지 자연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인생의 목적을 담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부산이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떠나는 청년과 찾아오는 세계를 다른 흐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전략으로 엮어내는 일이다.
첫째, 청년 유출 대응을 넘어 청년이 돌아오고 머무르게 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을 떠난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동기는 ‘기회의 질’이다. 첨단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양 테크,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서비스, 영상과 콘텐츠 분야 등 미래 산업을 더욱 육성해야 한다. 부산의 바다는 과거 조선과 물류 기반이었으나, 미래는 북극항로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둘째,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단순한 통계 성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흐름을 지역 경제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류형 관광을 넘어 정착·교류형 도시 모델이 필요하다. 외국인 대상 한류 프로그램, 다국적 문화센터, 국제 교류 캠퍼스, 원격 근무 시스템 등은 부산이 동아시아의 개방 플랫폼으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한다. 관광객이 ‘손님’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잠재적 주민·투자자·협력자로 확장되는 도시 모델은 여러 글로벌 항만 도시가 채택하고 있는 방향이다.
셋째, 부산의 도시 경쟁력을 일상 경험에서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행사나 인프라 프로젝트가 도시의 성장 동력이라면, 생활·문화·교통은 도시의 매력을 결정짓는 핵심 체감 요소이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접근 가능한 주거, 일상의 문화를 담아내는 골목과 공원, 지역 기업과 공동체의 회복은 부산을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실천적 과제이다. 떠나는 흐름과 찾아오는 흐름이 만나는 현재 시점에서, 부산은 다시 도약할 힘을 만들어야 한다.